2015년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을 앞둔 사람들의 마음에는 겨우내 쌓여있던 집안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창문을 열어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듯 활력이 돈다.
정치권 역시 봄바람을 맞을 채비에 분주해 보인다. 여야 모두 지도부의 얼굴이 바뀌어서 그런지 뭔가를 해 보자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청와대만은 아직도 겨울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각과 비서진을 개편했으나 비서실장 인선이 아직도 오리무중인'찔금 인사'고, 신임 총리의 재산 형성과정이 개운치 못해 간신히 국회 인준을 받았는데도 새로 임명한 유기준 해수부 장관 후보자 역시 땅투기, 위장전입 등의 의혹에 휩싸여 있어 과연 청와대는 봄을 맞을 생각이나 있나 싶을 정도다. 인사와 관련해선 도대체 '검토'란 걸 하지 않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4일 중앙선관위가 전격 제안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은 또다른 봄바람이라고 할만큼 신선했다. 일단 제안 시점이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정치관계법 관련 내용은 워낙 오랜기간 정치권에서 다뤄져온 주제여서 그동안 논의된 이야기들을 잘 정리하고 나름의 방안까지 붙여 제출한 종합보고서 같은 느낌이었다.
중앙선관위가 제안 설명회의 제목을 '지역주의 완화와 유권자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선과 정당정치 활성화 방안'이라고 붙인 것에서 보듯 지난 선거에서 보여왔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에 따른 선거 결과를 개선해보려는 내용이 담겨있어 일차적으로는 여야 모두의 환영을 받은 것 같다.
특히 6개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및 비례대표 의원 정수 2배 확대, 지역구 출마후보 권역별 비례 후보 동시 등록 허용과 석폐율제 도입 등의 내용은 이미 여야 정치권에서 지역주의 해소방안으로 단골메뉴처럼 논의되었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안을 기초로 지난 2012년 총선결과를 대입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13석과, 10석이 줄어들고 지금은 사라진 통진당은 26석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정당의 의석수 분포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새누리당이 호남.제주권역에서 4석을 확보하고 새정치연합은 영남에서 19석을 확보하게 돼 영호남에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로 섞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를 통해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결과이다.
이 외에도 지구당의 활동을 보장해 각 정당이 정당 스스로 아래에서부터 기반을 구축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단체와 법인에 한해 정치기탁금 허용으로 합법적인 재정 지원이 가능하게 해 정당 활동의 기본틀을 다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여기에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정당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정당의 경선조사에 대해서도 국민경선일을 토요일로 지정해 동시에 수행하는 방법, 핸드폰을 통한 안심번호로 경선조사를 수행하는 방안 등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제도에 대한 보완적 의견을 제출했다.
이번 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안 실현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면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실제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국회의원들이 하기 때문이다. 당장 강원도, 경기도, 인천이 한 권역으로 묶여 있어 이 지역 소속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해 보인다.
또한 중앙선관위의 제안이 기존의 양당 구도를 다당 구도로 재편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현재 소수 정당에게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허물어진 하나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어서 유권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져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고, 또 각 정당들이 실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의석수를 거져로 얻을 수는 없는 것이라 선관위의 개정안 효과가 꼭 다당 구도로의 재편이라는 결과를 가져올지는 그야말로 각 정당이 하기 나름이라고 전망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되었던 그동안 여야가 입씨름만 하던 내용을 구체화시켜서 선거 관리에 대해선 나름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앙선관위가 정성껏 제출한 내용에 대해 정치권이 사심을 털어내고 국가발전이라는 안목에서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매듭을 지어주는 자세가 절실하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새로운 봄을 맞기 위하여.
[이은영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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