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반포=신진환 기자] "팩트(사실)를 확인하라."
여야가 합의한 해외자원사업(자원외교) 국정조사의 중심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연말연시 친이(명박)계 모임에 연달아 참석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증인 출석 여부에 대해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6일 오후 7시 10분께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56차 선진한반도포럼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친이계 모임을 가진 지 불과 20일 만이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모임 참석에 앞서 가진 <더팩트> 취재기자의 증인채택 여부에 대한 질문에 매체를 확인한 뒤 "팩트를 확인하라"며 자원외교의 당당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선진한반도포럼'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한두 달에 한 번씩 갖고 있는 친이계 인사들의 모임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 대통령 당선일과 생일을 겸해 친이계 인사들을 초청해 대규모 만찬 모임을 가진 바 있다. 한 달도 채 안돼 연달아 이 전 대통령이 친이계 인사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친박계의 세결집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정가의 관심을 고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친 이명박계)들은 이날 새해 들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포럼 진행 관계자는 "포럼 주제는 딱히 없으며 친목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자원외교 증인 채택 공방이나 친박계에 대응하는 해석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친이계 인사들은 이날 모임을 시작으로 잇따라 새해 세과시에 나설 예정이다. 이달 중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인 이 전 대통령은 오는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초청을 받아 '사우디 산업개발포럼'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출국한다. 7일에는 친이계의 대표주자 이재오 의원 주관으로 친이계 신년 모임이 열린다. 이 의원을 비롯해 친이계 의원들은 연극을 관람하고 만찬을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15일에는 지난 18대 국회 당시 결성된 '함께 내일로' 모임 소속 전·현직 의원들이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신년회를 가질 예정이다. 함께 내일로 모임에는 이군현 사무총장, 안경률 전 의원, 임해규 전 의원 등 전·현직 친이계 의원 3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친이계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자원외교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해외자원사업(자원외교) 국정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번 포럼을 포함한 앞으로의 모임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자원외교를 파헤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 측근 인사들과 서울 시내 한 식당 열린 송년 만찬 모임에서 자원외교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출석 의향에 대한 질문에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추리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지"라고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이날 포럼에는 이 전 대통령뿐 아니라 정운찬·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노동부 장관을 지 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등 친이계 인사 3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선진한반도포럼'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도로 발족해 일 년에 몇 차례 비공개 모임을 가져 왔다. 비공개모임이었던 선진한반도포럼 은 2011년 '더 좋은 나라 포럼'이라는 공개모임으로 확대됐다.
이 모임의 참석자 대부분은 'MB 친위대'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선진한반도포럼'이 앞으로 '친이계'의 중요한 정치적 활동 거점이 될 소지가 많다는 게 정가 안팎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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