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기획] 대통령과 책, 그게 곧 '정치 메시지'

책은 모름지기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대통령은 책 속 지식을 활용해 새 정치를 만든다. 대통령이 읽는 책은 그게 곧 정치 메시지다./더팩트 DB

[더팩트|황신섭 기자] 책은 모름지기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대통령은 책 속 지식을 활용해 새 정치를 만든다.

그래서 국민은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

책 내용이 대통령의 생각과 사상에 영향을 줄테고, 이는 바로 국민을 향한 여러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책 목록은 서점가를 뒤흔들기도 한다. 대통령이 읽으면 곧장 인기 상품(베스트셀러)에 오른다.

대통령이 읽는 책은 그게 곧 정치 메시지다. 대통령의 책 읽기가 때로는 효과 큰 정치 기술인 셈이다.

<더팩트>는 전·현직 대통령의 남다른 책 사랑과 독서 습관을 들여다봤다.

◆'아버지와 딸', 책으로 통하다.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은 주로 위인전을 탐독했다. 나폴레옹을 유독 좋아해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자주 읽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를 쏙 빼닮아 여러 분야의 책을 탐독하기로 유명하다./더팩트 DB, 청와대 제공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인전을 늘 곁에 뒀다. 어릴 때부터 나폴레옹을 동경한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도 나폴레옹 위인전, 이순신 전기를 자주 읽었다.

그는 언론인과 교수 10여 명으로 구성한 독서 토론모임 '근대화 연구회'를 운영하다 나중엔 이를 특보제도로 제도화하기도 했다.

수필가이기도 한 박근혜 대통령은 '고전이 나를 지탱해줬다'고 말할 정도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국회의원 시설엔 댓글 나눔터(트위터)에 '또 하나의 로마 이야기', '열국지' 같은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순방 당시에는 평유란의 '중국철학사'를 '나의 삶을 바꾼 책'으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같은 시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이방인 일러스트 판화집', '유럽의 교육', '철학과 마음의 치유', '답성호원' 등 인문 서적 5권을 샀다.

당시 이 책들은 재고본이 모두 팔려 다시 찍어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실용 독서파 '이명박·노무현 대통령', 베스트셀러 자주 만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용 독서파다. 새벽과 자투리 시간에 책을 탐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책 소개를 많이 했다.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소개한 책만 50여 권이 넘는다./더팩트 DB

실용 독서파로 유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 속독을 몸에 익혔다. 어렵게 자란 탓인지 '넛지' 등 주로 자기 계발서를 읽었다.

지난 2008년 초 17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책 읽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책은 곧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읽고 추천사를 쓴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은 사나흘에 5000부씩 찍어낼 만큼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 2010년에도 이 전 대통령의 책이 서점가를 흔들었다.

당시 공정한 사회를 국정 화두로 던진 이 전 대통령이 여름 휴가 때 독서 목록에 넣은 '정의란 무엇인가'는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유난히 책을 많이 소개했다.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추천한 책만 50여 권이 넘는다.

그는 지난 2005년 국무회의에서 장관에게 "이창위 대전대 교수가 쓴 '일본 제국의 흥망사'를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했다. 당시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이 탐독했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매출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탄핵 당시(2004년)에는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었고, 청와대 집무실에서는 전기정의 '대한민국은 혁신 중'을 열독했다.

2009년 서거 때 그의 책상 위엔 '유러피안 드림'이 놓여 있었다.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겠다', 책벌레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과 책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유명한 독서광이다./황신섭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으뜸 책벌레다.

그는 생전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책을 아꼈다.

소장한 장서만 무려 3만여 권에 이른다. 연세대 김대중 기념도서관에 대부분 이 책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정독의 기술과 자유토론식 독서를 추구했다. 한 시간 읽고 한 시간 생각하는 이른바 '파고드는 관찰 독서법'을 적용해 책을 읽었다.

그는 추석 연휴에 외부와 연락을 끊고 독서에 열중했고 주로 청와대 관저와 청남대에서 탐독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뒤 책상 위에 올려 둔 책은 바로 '제국의 미래', '오바마 2.0', '조선왕조실록 4권'이었는데, 모두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 나도 책을 좋아해, '김영삼·전두환·노태우 대통령'

김영삼·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에 견줘 독서량은 적지만 본인만의 책을 읽었다./더팩트 DB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에 견줘 볼 때 독서량이 적었다.

반면 그는 중요한 대목을 따로 빼 곱씹어 읽거나 참모들이 요약한 책 내용을 골라 현장에서 자주 사용했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 서적을 주로 읽었고 지난 1996년 여름 휴가 때는 '미래의 결단'을 가지고 가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주요 인물을 뽑을 때 독서 여부를 물었다.

책을 읽지 않아서 인사에서 고배를 마신 사람이 있었다는 후일담이 유명하다. 그는 불교에 심취해 백담사에서 2년 1개월을 보낸 기간에는 '반야바라밀다심경'을 읽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 장성 출신답게 군사 서적을 탐독했다. 그렇지만 어떤 책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홍사용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즐겨 암송했다.

다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엔 책이 대통령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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