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홍종학 "신혼부부 집 한 채, 더는 늦출 수 없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일 더팩트와 서면 인터뷰에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정책은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며 우리나라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한다./홍종학 의원실 제공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파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홍종학(55)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오래전 꿈'이 '논란'으로 번질 줄 몰랐다. 미국 유학시절 대학원의 20평 남짓 기숙사는 아이 키우기엔 천국이었다. 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면 부모들은 그늘에서 책을 읽는다.

이 장면은 그의 머릿속에 내내 남았다. 최근 '신혼부부 집 한 채' 정책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치솟는 집값에 많은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한다. 오죽하면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란 말이 나올까.

사실 '신혼부부 임대주택'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MB정부 때 '신혼부부 12만쌍에 보금자리 주택 제공', 현 정부에선 '신혼부부 및 대학생 등에 행복주택 제공'을 내걸었지만 썩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또 일각에선 신혼부부 외 취약계층과의 형평성을 따져묻고, 새누리당은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야당을 몰아붙인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정책, 과연 현실성 있는 것일까. <더팩트>는 20일 이 정책을 제안한 홍 의원에게 묻고,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홍 의원은 젊은 층이 결혼의 관문을 넘을 수 있도록 주거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는 것이 신혼부부에게 집 한채 정책 제안 배경이라고 말했다. /홍종학 누리집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정책이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감자'다. 정책 제안 배경을 설명해 달라.

저출산 문제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국가적 과제다. 출산율이 2.1이 돼야 인구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9다. 2001년 초저출산율인 1.3 이하로 떨어진 이래 13년째 지속되고 있다. 또한 갓난아이에서부터 연세드신 분들까지 한 줄로 늘어놓았을 때 정 가운데 계신 분의 나이를 의미하는 중위연령이 40.2세에 이른다. 조금 지나면 60세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혼인율은 감소하고, 산모는 고령화되고 있다. 여성의 평균 혼인연령이 29.6세로 지난 20년동안 4년이상 늦춰졌다. 35세 이상의 고령산모도 전체 산모의 21%를 넘어서고 있다.

출산을 위해서는 결혼의 관문을 넘어서야 되는데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42.1%가 '결혼, 주택마련 등 비용부담이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주된 이유'라고 응답했다.

젊은 층이 결혼의 관문을 넘을 수 있도록 주거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는 것이 정책제안의 배경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국가 존망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지금 대책을 세워도 그 효과는 20년 후에나 나타난다. 이미 많이 늦었다고 생각한다.

-새정치연합은 재원 조달 방안으로 주택기금 여유자금을 꼽았다. 재원 조달 계획(가능성 포함)및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해 달라.

신혼부부들의 주거마련 지원을 위한 첫걸음으로 내년도 '3+2'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3만호를 추가로 공급하도록 추진하고, 저금리 전세자금 지원을 2만 건 확대한다는 의미다.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주택기금이 보유한 여유자금이 약 15조 원이다. 3만호 공급을 위해서는 약 3조 원 정도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만큼을 여유자금에서 지출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소요액 전체가 한꺼번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도에 필요한 기금 소요액 자체는 훨씬 적다.

일단 국토교통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임대주택 9000호 추가분이 확정됐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은 주택마련 부담을 줄여 혼인 연령을 2-3세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홍종학 누리집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한 방안으로 알고 있다. 아이를 안 낳는다는 것이 단순히 집 문제는 아닐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그렇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보육정책을 비롯해 여성의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중요하다. 결혼을 지원하는 정책도 그 가운데 하나지만, 특히 첫 번째 관문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임대주택 공급은 첫 번째 관문 중에서도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 통상 출산은 결혼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마련 부담 등으로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면서 혼인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 마련에 드는 비용 자체가 큰 부담이다 보니 결혼이 점점 늦어지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한다.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은 주택마련 부담을 줄여 혼인 연령을 2-3세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단 주거 공간 마련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어야 보육정책 등 그 다음 단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집값 올리는 부동산 정책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임대주택 정책을 펴야 한다.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 등 임대주택 비율이 높은 서구 선진국들이 공공비용을 투자해 출산율을 높인 사례는 주목해야 한다.

-국토부는 주택경기변동대응자금이나 청약저축상환준비금 등을 감안한 주택기금 최소여유자금은 12조 원이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지적했는데?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안 자료를 보면 2014년 당초 주택기금조성 및 운용 계획상 올해 여유자금 규모는 7조 8835억 원에 불과하다. 이것이 2015년 운용안에서 15조 6000억 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임대주택 건설은 기금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지자체 등 임대주택 시행자에게 융자해주거나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유자금 규모와 관련해서도 여유자금 모두를 활용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지만 10조 원의 여유자금 규모가 부족한 수준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난 13일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 발족식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박수를 하고 있다./홍종학 누리집

-지금도 국민임대주택의 30%를 신혼부부를 위해 특별공급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6년 연속 미달하고 있다. 이미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공급계획도 수립돼 있기 때문에 실효성면에서도 회의적이라는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국민임대주택의 경우는 4분위 이상 저소득층에 대해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유형이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에게 먼저 공급하고, 남은 주택이 있는 경우 70% 이하인 자에게 공급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라고 해도 소득기준, 자녀수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적인 신혼부부가 공급받을 수 있는 요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행복주택 실적이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새로 주택 전량을 건설해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추진과정 중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제시한 신혼부부 임대주택은 건설형태만 제시한 것이 아니다. 매입, 준공공임대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주택 보다 현실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영구 임대주택 대기자가 4만7000명에 달하고, 평균 대기기간이 21개월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주거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선?

주거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복지정책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추가적으로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므로, 기존 주거복지 대상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특히, 내년부터 주택 바우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등 주거 빈곤층에 대해서는 직접 지원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매년 공급되는 8만~10만호의 임대주택도 소득기준이 우선순위이다. 이들 기존 정책은 유지하되,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공급을 추가로 확대해가자는 것이다.

홍 의원은 미국 유학 시절 대학원 기숙사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그런 아파트를 짓는 꿈을 꿨다./홍종학 페이스북

-일각에선 이 정책이 아닌 전셋값 상승 대책을 제시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여당은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반박한다면.

이것은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며 선심성 정책도 아니다.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 이 정책은 저출산과 이로 인한 국가경제 회복의 근본적인 어려움, 더 나아가서는 국가존망이라는 커다란 차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현재 전셋값 상승문제가 심각하다. 이것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제공한 최경환 부총리와 박근혜 정부에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한민국의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면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야당의 정책에 대해 악의적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정책과 관련해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은.

시작할 때 이렇게 큰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이뤄가고 더욱 다양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꾸어온 꿈이 있다. 미국 유학시절 샌디에이고 대학원의 20평 내외의 기숙사는 아이 키우기에는 정말 천국이었다. 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고 잔디로 된 운동장도 있고 아이들 놀이터도 여러 곳 있었다. 아이들끼리 뛰어 놀고 부모들은 그늘에서 책을 보는 게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내 아이가 태어난 후 일부러 그곳을 찾아가 아이와 함께 한 여름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파트를 짓는 것이 불가능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건설회사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이런 아름다운 아파트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것은 저출산, 청년, 국민경제, 국가존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더 많이 관심을 갖고 함께 논의해 달라. 특히, 당사자인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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