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ODAY 직격 토크] 권은희 "軍 사법개혁 없인 은폐·축소 되풀이될 것"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이 23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군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더팩트 ㅣ 국회=오경희 기자] 이른바 '윤 일병 사건'으로 군 당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지난 8월 선임병의 잔인한 상습 폭행으로 사망한 윤 일병, 하지만 군 당국은 이를 은폐·축소하려 했다.

이 사건 뿐만 아니다. 지난 6월 병영 내 집단 따돌림과 군 간부로부터 무시와 괴롭힘을 당해 동료 병사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 병장 사건', 사단장의 강제 추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 대위 사건'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40·광주 광산을)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더팩트>와 만나 "부실수사, 사건 은폐·축소 유혹을 뿌리뽑기 위해선 군 사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론 국방부에 '인권국'을 설치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군 사법제도가 군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제도라고 꼬집는다. 수사단계부터 재판단계까지 지휘관이 모든 명령·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어 공정하게 사건이 처리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군 수사단계의 독립성과 부당한 지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5대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군 수사 때 지휘에 대한 이의 제기권 명문화' '군 검찰의 수사권 독립' '성폭력 사건 수사 및 피해자 보호 규정 마련' 등이다. 권 의원의 정치 입문기는 따로 정리했다(▶[관련기사][P-TODAY가 만난 사람] '10년째 올백머리' 권은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경찰 출신으로 안정행정위원회 배정을 희망했지만 국방위원회도 경찰 조직과 비슷해 큰 어려움은 없다는 권 의원.

-경찰 출신으로 국회 상임위원회로 안전행정위원회를 희망했지만 국방위로 배정받았다. 배정 당시 일각에서 전공과 무관한 상임위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실제로 국정감사 준비 및 진행 등 해 보니 어려움은 없었나.

"경찰에 있을 때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일을 했던 것처럼, 국방위에서는 '제복입은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의정활동을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국정감사를 치러보니, 군 조직이 경찰조직과 비슷한 부분도 꽤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떤 부분을 정책적으로 고치고 노력해 나가야 할지도 보인다.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들을 기반으로 군 내의 문제들을 풀어나갈 생각이다."

-국방위 소속 의원으로 중점을 두는 현안은 무엇인가.

"28사단 윤 일병 사건 외에도 22사단 임 병장 사건, 17사단 성폭력 사건 등 국민들을 걱정스럽게 하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05년부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진정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방법론은 지난 대책들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병영문화 개선을 이끌어갈 지휘관들이 의지를 가져야 진정한 병영문화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권 의원이 군내 인권국 설치와 수사권 독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 의원이 지적했듯, 병영 문화 개선의 필요성은 늘 제기돼 왔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큰 틀에서 본다면, 폐쇄적인 군을 열고 외부전문가들이 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군 사법제도는 군의 폐쇄성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제도다. 수사단계부터 재판단계까지 지휘관이 모든 명령·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어 공정하게 사건이 처리되기 어려운 구조다. 군사법원과 군 수사기관을 지휘관으로부터 독립시키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관할관,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고 지휘관의 감경권도 폐지해야 한다. 군 사법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부실수사, 사건의 은폐와 축소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군 사법개혁은 당장에 이루기 힘들 텐데,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들을 꼽는다면.

"앞서 '군 수사단계의 독립성과 부당한 지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5대 개선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헌병업무 규정에 수사활동 관련 조문 세부적 마련 (현재 '육군헌병업무규정'에 17개 조문이 있으나 구체적 상황에 대한 규정 미비, 경찰은 '범죄수사규칙'이 270개 조문으로 세분화해 자의적 판단과 관행 배제) ▲둘째, 군 수사 때 지휘에 대한 이의제기를 업무규정에 명문화 (현재 '군사법원법'에 군사법경찰관은 직무상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만 명시, 반면, 경찰은 '범죄수사규칙'에 수사지휘 방식 및 이의제기 방식 명문화) ▲셋째, 군 수사 때 수사대상 인권보호 규정 확대 (현재는 '육군헌병업무규정'의 경우 2개 조문, 경찰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120개 조문으로 세분화) ▲넷째, 성폭력 사건 수사 및 피해자 보호 규정 마련(현재 헌병의 경우 관련 규정 부재,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수사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규칙' 28개 조문으로 구성) ▲ 다섯째, 검시 규정 마련(현재 헌병의 경우 규정 부재, 경찰은 대통령령으로 변사자의 검시, 검시의 주의사항, 검시와 참여자, 자살자의 검시 등 규정)이다."

군 사법개혁을 이야기하다 차를 마시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권 의원.

5대 개선 방향 뿐만 아니라 '피해자신고제도'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상관과의 면담, 소원수리제도, 국방 헬프콜 등 피해를 당하고 있는 군인이 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들이 있지만 신고자의 신원이 보호되지 않아 추가적인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고, 신고를 해 봐야 제대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현재 신고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할 수 있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 군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거나, 민간인을 포함해 독립적으로 감시 및 신고가 가능한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국방부에 '인권국'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국방부 인권관련부서는 인사국 병영정책과, 법무관리관실 인권과, 여성정책과 등 3개의 과로 나뉘어 있어 인권컨트롤타워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부서의 내부감시 예방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 '인권국'을 신설하고, 인권국이 인권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판결에 대한 생각과 활동계획은.

"어느 법조인께서 말씀하셨던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는 평가에 공감한다. 권력을 가진 국가기관은 더욱 엄격한 법의 잣대와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결론적으로 국가기관에 증거인멸의 기회를 주고, 수사기관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허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조인의 관점에서 사실적·법률적 쟁점들을 계속 분석하고 문제 제기할 것이다. 형사사법절차의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근본이념이 지켜질 수 있도록, 그리고 '과연 무죄인가?'라는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구심이 올바른 판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권 의원이 공익 제보 활성화 관련 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소 짓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공익제보자 지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어느 정도 진행했나.

"참여연대·호루라기재단·공익제보자지원센터·한국투명성기구 등 관련단체 등과 지난달 초 첫 간담회를 가진 이후로 공익제보 활성화 및 제보자 지원을 위한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단체들과는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어울마당 참석, 영화 <제보자> 공동주최 등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앞으로 공청회 및 간담회 등을 열어 관련 의견을 듣고, 다음 달까지 법안발의를 마쳐 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법안에는 ▲공익제보 활성화를 위한 방안 ▲공익제보자 신원보호 강화 ▲공익제보자가 받은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구조 및 보상 확대 등의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끝으로 밖에서 본 것과 직접 뛰어 본 정치는 어떻게 다른가. 믿고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밖에서 본 정치권에 대한 시선은 보통 사람들의 마음 딱 그 정도였다. 실망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정책을 고민하고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을 발견해 힘을 얻고 있다. 제가 찾아가서 '차 한잔 주세요' 하면서 정치적 조언도 얻고 배우고 있다. 정치를 선택함으로써 저를 사랑하고 아껴줬던 사람들의 따뜻한 기억을 희석시켜버리지 않았나. 정치인으로서 제가 할 일을 마무리하고 난 뒤, 그 분들께 다시 따뜻하고 희망이 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진=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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