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로 6개월을 맞는다.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은 슬픔에 잠겼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단원고 학생 245명을 포함해 승객과 승무원 294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실종자 10명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
어느새 반년이다. 유가족들의 절규 앞에 정부와 정치권은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과 유가족들은 여태껏 무엇하나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여야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지난달 말에야 극적 타결했고, 국민들의 가슴엔 불신이 뿌리내렸다.
<더팩트>는 '세월호 참사 6개월'을 되돌아보고, 풀어야 할 숙제를 짚어본다.
◆ "살아만 있어라"
4월 16일 오전 8시 55분 476명의 승객을 태운 전남 진도 해상, 여객선 세월호로부터 제주해상관제센터에 사고 신고가 들어왔다.
오전 9시 30분 선체는 이미 50~60도로 기울었다. 첫 구조헬기와 해경의 구조 함정이 도착했고, 본격적인 승객 구조가 시작됐다.
온 국민이 안타까운 1분 1초에 귀를 기울이며 실종자의 생환을 기다렸다. '에어포켓(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 내 생존시간은 최대 72시간(18일 오전 9시쯤).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은 정부에 신속한 구조를 호소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등 정부는 구조자 뿐만 아니라 세월호 탑승객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총 6차례나 탑승객과 구조자수를 수정·발표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 "희망은 절망으로"
4월 23일 새벽 3시 40분, 세월호 3층 식당 진입에 성공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사고 당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대형 선실이 많은 4층에 주로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토록 바라던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단원고엔 희생자 임시합동분향소가 차려졌고, 학생 25명이 영영 가족의 곁을 떠났다(발인).
일부 남아 있는 에어포켓 속에 아이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은 학부모들의 희망은 일주일 만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차디찬 주검으로 한 명씩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전 국민이 염원했지만, 배 안에 갇힌 아이들은 결국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했다.
참담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에 분노했고, "누구를 위한 정부"냐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물었다.
◆ "진상 규명 약속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4월 29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국가안전처 신설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4일 만이다.
사고 이튿날 박 대통령은 체육관에 모여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찾았다. "날씨가 좋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모든 분에게 부탁을 했고 계속 구조 시도를 하고 있다"고 가족들을 다독였다. 그러나 믿음에 대한 결과는 참혹했다.
정치권도 앞다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다짐했다. 5월 29일 국회에선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가 통과됐고, 여야는 6월 12일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49일째인 6월 3일, 전국 각지에선 희생자 추모 49재가 열렸다. 국민들은 실종자·유가족과 함께 울었다.
◆ "불신은 커져만 가고"
하지만 세월호 참사 100일(7월 24일), 모두 지쳐갔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등 두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달라진 것은 없었다.
7월 14일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유가족 15명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국회 시계는 8월부터 딱 멈췄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박영선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 1차 합의안 발표했다. 유가족 대책위는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여야와 유가족은 긴 시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8월 19일 특별검사 후보자를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라 추천하되 여당 몫 2명은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 얻도록 하는 양당 원내대표 2차 합의안 발표 및 유족 거부 ▲ 8월 28일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단식 46일 만에 중단 및 병원 입원 ▲ 9월 14일 박영선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탈당 논란 등 공전을 거듭했다.
여야 대치로 국회는 '올 스톱'이었고, 5월 이후 법안 처리 건수는 '0건'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등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비난이 거셌다.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상엔 "국회를 없애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 "세월호특별법, 처리될까"
여야는 극한 대치 끝에 지난달 30일 세월호법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이날 ▲4인 특검 후보군 추천 ▲국정감사 10월7~27일 실시 ▲세월호법·정부조직법·유병언법 10월 말까지 처리 등에 합의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또 14일 '세월호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처리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각각 구성해 이번 주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제정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특검후보군 추천 과정에 유가족의 참여 문제를 놓고 여야가 다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15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유가족의 의견을 깊이 반영하겠다는 것은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지만, 입법은 국회에서 해야 할 부분이기에 유가족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유가족에게 '유가족의 요구를 먼저 배려하고 품겠다'고 했던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맞섰다.
지난 7일부터 국감을 진행 중인 여야는 이달 말까지 특별법을 처리할 수 있을까. 실종자와 유가족이 바라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는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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