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의 인터넷 이용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 현황과 관련해 9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40대 이상 연령의 이용자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0대 이상 세대 중 5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2008년 48.9%에서 2013년 80.3%로 급증해 5년 사이에 30%나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인터넷 이용 문화는 그에 걸맞게 상급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까?
파란 컴퓨터 바탕화면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자판을 두드리던 PC통신에서 시작해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세계, 140자 지저귐인 트위터, '얼책'이라 불리며 친구맺기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해가는 페이스북, 그리고 '까톡 까톡' 신호음과 함께 채팅을 하는 카카오톡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진보를 따라 '갈아타기'를 반복해온 우리나라 유저들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 정신(?)이야말로 지금의 인터넷 이용환경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길게 누르거나 버튼 클릭을 통해 사진, 동영상 등을 손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의 확산은 PC를 켜고 이메일을 만들고 첨부파일을 붙이는 등의 번거로움을 걷어내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인터넷 이용율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견인차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부설 민주정책연구원은 '그들은 어떻게 카카오톡을 '카더라톡'으로 변질시켰나'라는 보고서에서 보수 진영이 카카오톡을 활용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불량 정보나 루머를 퍼트리고 여론의 프레임을 자기주도적으로 가져갔는지를 분석하면서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여론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자성하기도 했다.
물론 그림자도 있다. '댓글 알바'라는 말 또는 문화는 우리나라가 원조가 아닐까 싶다. 또한 국내 최대포탈 사이트 두 곳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한 사안을 놓고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의 시각으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댓글의 색깔이 좌우로 선명하게 나뉘는 기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네티즌 수사대'란 익명의 집단이 '신상털기(?)'를 통해 언론보다 더 많은 정보를 캐내는 것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짙은 그림자는 정부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검은 방식'이다. 북한에 대한 인터넷 심리전을 전담하기 위해 만들었던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전담요원들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 또는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정치에 개입했음이 확인됐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연제욱 전 청와대 국방비서관, 옥도경 전 사이버 사령관은 '정치 관여'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또한, 검찰이 특정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째로 받아 감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화 내용에 대한 암호처리 기술이 적용된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 '사이버 엑소더스'가 화제가 됐다.
타인의 내밀한 대화와 소곤거림을 알고 싶어하는 '엿보는 톰(peeping TOM)'과 같은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민의와 여론을 인위적으로 만들겠다 또는 통제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전체주의적이고 구시대적 생각이며 잡을 수 없는 구름을 잡겠다고 나서는 행위와 같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정부의 사이버 감청 행위는 인터넷 환경을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다음카카오 측에서도 이용자들의 탈출이 러쉬를 이루자 '시크릿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떠나간 이용자들이 과연 다시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발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은영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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