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다이빙벨'(2014)의 주제이자,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다이빙벨'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실 규명을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5일 현재 탑승 476명, 탈출 172명, 사망 294명, 실종 10명으로 기록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다큐 저널리스트가 잠수부의 잠수를 돕는 수중 장비인 '다이빙벨'이 세월호 참사 때 실종자 수색을 위해 도입됐다가 철수한 15일의 과정을 그렸다.
현재 이 영화는 BIFF의 가장 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6일과 10일 상영을 앞두고 보수 시민단체는 물론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까지 나서 정치적 중립 훼손을 이유로 들며 상영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BIFF 측은 영화 상영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견해를 고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장 영화인 1123명은 3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앞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촉구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묻고 싶다. 그렇다면 4월 16일 이후 과연 무엇이 변했는가? 무엇이 밝혀졌는가? 무엇이 규명됐고, 어떤 대책이 세워졌는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낸 것이 없다"며 세월호특별법 합의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이빙벨'의 상영을 놓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된 BIFF처럼 국회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세월호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지난달 30일 극적 타결됐다. 세월호 참사 발생 167일 만이다. 그러나 세월호특별법의 '당사자'인 유가족은 '유가족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초 합의안에 유가족을 배제해 그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유가족을 설득하기 위해 잇따라 유가족을 만났다. 이 원내대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보상 문제 등에 대해 유가족과 긴밀한 소통관계를 설정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면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진정성을 호소해 유가족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내대표도 "유가족의 동의가 없는 인물은 절대 특별검사로 추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세월호특별법 합의문 1항(여야 합의로 4명의 특검 후보 추천)에 여야뿐 아니라 '유가족'이라는 단어를 추가하고, 합의문 3항(유가족의 특검 후보군 추천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한다)의 문구를 '추후 논의'가 아니라 '지금부터 바로 논의'하는 것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며 기존의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2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사퇴 전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지금 딱 돌아서는 게 맞다"며 사퇴 결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원내대표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고 알려졌다.
그는 사퇴 편지글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을 만들기 위해 벌인 협상을 일단락하며 그간 드리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저는 세월호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믿었다"며 그간의 심경을 내비쳤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이 유가족의 마음을 얻지 못해 슬프게 타결될 상황을 지켜봐야할 심정이 녹아 있다.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는 취지와 목적은 분명하다. 성역 없는 조사로 명백한 진실규명을 하고, 비극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야는 물론, 유가족도 이 내용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의 기소권·수사권 부여 등 세부적인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사이에서도, 정치권과 유가족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하고, 특별법이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내용으로 제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됐다. 안해룡 감독은 "'다이빙벨'은 진실 규명을 위한 하나의 실마리에 불과하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그 어떤 때보다 슬픔이 많은 해다. 유가족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전국민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특별법이 이달 말 처리를 앞두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참사를 보며 비통해했던 모든 이들이 똑같이 품는 소망일 것이다. 여야는 전 국민의 바람, 유가족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