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를 달면 100여가지 대우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혜성 권한은 무수히 많다. 국회의원 책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때마다 국회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혁신안을 내놓는다. 국민의 대표 및 대변자 역할을 하는 만큼 의원들에 대한 일정한 편의 제공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든 신분적 특혜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더팩트>는 국회의원의 권한 중 특권 논란이 이는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국회의원 연금법과 비교가 되고 있다. 공무원은 '더 내고 덜 받는'식의 연금제에 해당하지만, 국회의원은 연금을 내기는커녕, 과다하다고 지적받을 만큼의 연금액을 받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의 요청으로 한국연금학회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재직 공무원의 연금 수령액을 34% 깎고 매달 내야 하는 부담금을 43%가량 올리는 것이 골자다. 이미 은퇴해 연금을 받고 있는 이들까지 '연금수급자 재정안정화 기여금'(공제금)이라는 명목으로 3%를 부담할 전망이다.
공무원들은 현재 극심한 반발을 하고 있다. 22일 오전 10시 한국연금학회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50여개 단체가 참여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소속 회읜 500여명의 개최 저지로 끝내 무산될 정도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연금액은 깎으면서, '일 안 하는' 국회의원의 연금은 정작 그대로라며 비난하고 있다. 공무원은 연금 조성을 위해 일정 수준의 돈(공제액)을 지불하는 반면, 국회의원은 기금 조성에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권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서로의 견해차가 있어 두 연금안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 65세 이상 전 의원 월 120만원…재직 1년 미만은 제외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에 따라 퇴임 후 65세 이상이 되면 연금을 받는다. 한 매체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117억 8520만원을 전직 국회의원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는 데 사용했다. 월평균 818명에게 120만원씩 지급한 것이다.
국회의원 연금이 특권이라고 지적받는 부분 중 하나는 하루만 국회의원을 하더라도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 비난이 거세지자 국회는 헌정회 육성법을 지난해 8월 13일 개정,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해 이 같은 일이 없도록 원천차단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 따라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조금은 까다로워졌다. ▲제19대 국회의원부터 연로의원 지원금 대상에서 배제 ▲기존 수급자 중, 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제외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 이상인 경우(부채를 제외한 자산이 18억50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제외 ▲유죄 확정 판결로 의원직 상실한 경우 ▲공공기관, 지방직영기업, 지방공사 혹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임금 받는 경우 ▲국적상실자 등이 연금 수령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현재(2014년 7월 공개 기준) 연금 지급 대상은 기존 818명에서 423명으로 줄었다. 올 초부터 지난 7월까지 국회의원 연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423명 총액 35억 554만원이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지급될 연금 총액은 대략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 기초연금·참전용사 수당 '6배'…고액 자산가도 받아
이를 놓고 국민의 속은 '부글부글'거리고 있다. 일반 국민이 120만원의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받으려면 가입기간 중 소득 월급여 평균액을 약 400만원으로 유지하고 대략 40년을 일해야 하는 액수기 때문이다. 박봉을 쪼개 20년 이상 연금을 내도 받기 힘든 금액이다.
게다가 지난 7월 1일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20만원), 6·25 참전용사에게 지급되는 수당(17만원)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연금의 목적은 노후 생활보장인데 반해 의원 연금은 전직 의원에 대한 예우라는 시각이 반영돼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금액이 결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해 '개혁' 차원에서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달라졌다고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적어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해 6월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현행 연로회원 지원금 금액은 월 120만원으로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으므로, 향후 예산안 편성 및 심의시 이를 합리적인 금액으로 저장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 의견이 제시되었음을 보고드린다"고 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22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이유 하나로 기금 조성에 전혀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큰 액수의 연금을 받는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헌정회 측은 "경제적으로 매우 부유한 회원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회원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두섭(84) 전 신한국당 의원의 경우 상수도 공급이 중지된 경기도 김포의 9평짜리 무허가 컨테이너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6·25 참전수당과 태극기 판매수입(순이익 한 장당 500원)이 소득의 전부다.
그러나 고액 자산가의 경우에도 같은 금액의 연금을 지급받고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 매체가 입수한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 지급 대상자 자산 및 소득표를 보면, 올해 수급자 중 자산순위 1위를 차지한 A 전 의원의 경우 18억3600만원의 순 자산을 신고했음에도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정치팀 ptoday@tf.co.kr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