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국회의원 특권 ⑥] '막말 국회의원' 말만 '징계'…실제로는?

'금배지를 달면 100여가지 대우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혜성 권한은 무수히 많다. 국회의원 책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때마다 국회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혁신안을 내놓는다. 국민의 대표 및 대변자 역할을 하는 만큼 의원들에 대한 일정한 편의 제공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든 신분적 특혜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더팩트>는 국회의원의 권한 중 특권 논란이 이는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안과 관련해 18대 국회에서는 1건, 19대 국회에서는 현재까지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더팩트 DB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새누리당이 15일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설 의원이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가 난 날)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뭐했냐.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면 더 심각한 데 있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설 의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 연애' 소문은 거짓말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이를 새누리당이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막말'로 평가받는 국회의원의 언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20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을 향해 "월북하지"라는 야유 섞인 발언을 해 당시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조금 전 있었던 (박 의원의) 말씀은 의원으로서의 금도를 넘은 것으로 사료돼 유감스럽다. 국회의원으로서의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12일 새정치연합 홍익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의 후손'이라고 논평해 새누리당으로부터 징계안이 제출됐다. 지난해 12월 10일에는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은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발언한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과 대선불복을 공개선언한 같은 당 장하나 의원에 대해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을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9월 정기국회 들어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제출되자, 이를 심사하고 징계하는 윤리특위 기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9대 국회에서 징계안이 가결된 건수가 0건이라는 점을 들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게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동료가 판단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어 특권이라는 지적도 있다.

◆ '징계안' 19대 0건 처리…'유명무실' 윤리특위

새누리당 김현숙(왼쪽)·이장우 원내대변인이 15일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과 관련해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김현숙 블로그

국회는 13대 국회 후반기인 1991년 2월 7일 '의원 윤리강령'을 의결해 선포했다.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는 내용이 윤리 강령 1항에 명시돼있다.

석 달 뒤 국회는 국회법 개정을 하면서 국회의원의 국회법 위반, 품위 손상 등을 심사하고 징계하는 윤리특위를 설치했다. '윤리특별위원회구성등에관한규칙'에 따르면 국회 스스로의 권위를 유지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상을 정립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나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윤리특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대 국회에서 16대 국회까지 윤리특위가 징계를 결정한 일이 없으며, 17대 국회에서는 37건의 징계안 중 27건이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18대 국회에서는 54건의 징계안 중 1건만 가결됐고, 19대 국회에서는 현재 32건의 징계안이 올라와 있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16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품위 유지를 해야 하고 언행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막말 자체가 '훈장'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발의돼도 국회의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를 않는 것 같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징계안이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국민에 '보여주기'식이자,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이나 영국처럼 윤리특위를 국회 소속이 아닌 독립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윤리특위 위상 강화 법안 소관위서 '낮잠'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이 지난해 5월 31일 대표 발의한 국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 주요 내용. /관련 법안 캡처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자 국회 차원에서 윤리특위의 위상을 강화하는 법안이 여럿 발의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2012년 7월 성희롱·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 여성인권을 침해하거나 사회 윤리적 규범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의원에 대해 형법이나 개별법상 형사처벌과 별도로 윤리특위의 징계 의결을 거쳐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이 같은 행위로 제명된 자는 본인의 제명으로 인한 보궐선거 및 다른 지역의 보궐선거,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후보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법은 2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소관위원회인 운영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지난해 5월 31일 '국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징계안이 회부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징계에 대한 심사를 마쳐야 하고, 윤리특위가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부의한다.

이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징계안에 한 신속한 심사와 함께 보다 명확한 심사·의결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국회 윤리 심사와 관련한 제도를 보완하여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국회상을 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와 관련해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이 지난해 12월 27일 대표 발의한 고성, 아유 등 국회의원의 과격한 발언을 자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운영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ko0726@tf.co.kr

정치팀 ptoday@tf.co.kr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