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를 달면 100여가지 대우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혜성 권한은 무수히 많다. 국회의원 책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때마다 국회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혁신안을 내놓는다. 국민의 대표 및 대변자 역할을 하는 만큼 의원들에 대한 일정한 편의 제공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든 신분적 특혜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더팩트>는 국회의원의 권한 중 특권 논란이 이는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국회의원이 그동안 행사한 기득권과 특권의식을 스스로 포기하는 작은 실천을 지금 바로 시작하자" 지난달 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당 혁신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특권포기'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를 떠나 과도하게 느껴지는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 놓는다는 것은 국민의 환영을 받을 일이다. 문제는 진정성이고 실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국토방위의 의무 등 네 가지를 '국민의 기본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손으로 선출되는 국회의원의 경우, '국민의 의무'가 조금은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회의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모범적으로 의무를 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과도한 특혜성 권한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일하지 않은 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연초 정치권은 정치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국회 차원의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소리'만 있을뿐 '실체'는 없다.
국민의 의무와 관련된 국회의원의 특권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입법활동비는 소득이 아닌 경비?
국회의원의 납세 의무와 관련된 대표적 특권은 ▲입법활동비 등의 월정 수당 소득세 제외 ▲건강보험료 적게 납부 ▲출판기념회 수입 비과세 등 세 가지다.
19대 국회의원의 월 평균 세비는 1149만6926원. 이 중 세금이 부과되는 내역은 일반 수당(646만4000원)과 관리업무수당(58만1760원) 두 가지다.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실비변상적 급여'(소득세법 시행령 12조 9항)로 명칭해 그 금액만큼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학술원·예술원 등 보수를 받지 않는 직업과 학교·연구소·언론사 근무자의 월 20만원의 수당, 숙직료 또는 여비로 실비변상 정도의 금액 등만 비과세 항목으로 간주되는 일반 국민과는 사뭇 다르다.
국회의원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는 것도 같은 개념이다. 월 평균 세비의 약 30% 정도가 비과세(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항목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비슷한 소득의 직장인과 비교했을 경우, 건강보험료를 약 35% 적게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국민의 경우 월급과 수당은 물론 직급보조비, 본인과 자녀의 학자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료를 납부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비과세 항목이 국민건강보험법 제70조 3항에 해당한다며 이 금액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2011년과 비교해 19대 국회(2012~2013년) 수당별 인상률을 살펴보면, 과세 항목인 일반 수당은 3.5% 늘어난 반면, 비과세 항목인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65.8% 인상됐다.
국회사무처는 이에 대해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의원의 입법 기초자료 수집과 연구 등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실비개념'으로 소득이 아니라 경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의 '묻지마 정치자금'으로 불리는 출판기념회 수입도 비과세에 해당한다. 일반 정치후원금과는 달리 공개할 필요도 신고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소득'으로 책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액의 제한도 없어 국회의원의 불법 로비 창구로도 불린다. 의원들이 출판행사를 통해 책자판매대금 형식으로 수억 원을 받아도 세금은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연희 정치팀장은 1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수당은 1988년 법률에 규정한 급여액으로, 국회는 비과세 항목의 금액만 나날이 늘려가고 있다.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항목은 금액이 늘어나지 않아 일반 국민보다 적게 내고 있다"며 "가장 불합리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 예비군 동원·민방위 훈련 제외
국회의원은 국토방위의 의무에서도 면제 대상이다. 향토예비군 동원과 민방위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다.
향토예비군 설치법 제5조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은 예비군이 임무수행을 위하여 출동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비군대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 이내에 지정된 장소에서 소집에 응하도록 동원을 명령할 수 있다. 다만 국회의원은 면제다.
민방위기본법 제18조, 20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4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으로 조직하는 민방위대에서도 국회의원은 가장 먼저 제외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서 의정활동을 성실히 하도록 배려한 차원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5월부터 단 한 건도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점을 들어 부당한 처사라는 말이 나온다.
일반 국민의 경우 예비군 동원 훈련을 연 1회 2박 3일 혹은 12시간의 미참자 훈련과 12시간의 향방작계훈련을 실시한다. 이에 응하지 않는 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예비군 훈련을 모두 마치면 민방위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연 10일, 총 50시간의 범위에서 진행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방부는 이러한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월 6일 2014 업무보고에서 동원 예비군 훈련 보류제도 개선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개선안이 시행되면 면제 대상인 국회의원은 물론 시장, 군수, 구청장, 차관급 이상 관료 등도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19대 국회의원의 경우 올해 예비군 8년 차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훈련 대상에 포함된다.
김 정치팀장은 "전략 공천 등으로 국회의원의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이 160시간, 2박 3일을 동원 훈련에 참여하는 데 의원들이 동원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관련 법안이 아직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법이 시행된다면 동원 대상 국회의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정치팀 ptoday@tf.co.kr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