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김지희 기자] 이번 주 정가는 '세월호 특별법(이하 특별법) 후폭풍'에 휩싸였다. 모든 현안이 특별법과 연계되며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 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자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야 간 갈등이 커지자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이 본회의 미개최로 입법 테이블에 상정조차 못했고, 이에 따라 사상 처음 도입될 예정이었던 분리 국정감사는 무산됐다.
특별법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여당은 세월호 유가족을 직접 만났다. 대립각을 세우던 양측은 두 차례 진행된 면담으로 갈등을 다소 푼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이어가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하기로 하자 동조 단식 중이었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도 단식 중단을 결정했다. <더팩트>는 한 주간 정가를 휩쓸었던 이슈를 정리해봤다.
◆ 野 장외 투쟁 나서…일부 '자성론'도
새정치연합이 장외 투쟁에 나섰다. 야당은 특별법 협상 테이블에 여·야·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여당이 거부하자 지난 26일부터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야당은 국회와 청와대 등에서 대여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제안 수용을 촉구했다. 28일에도 서울 명동과 강남역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당은 일단 30일까지 장외투쟁을 벌인 뒤 향후 계획을 밝힐 방침이다. 정기국회가 열리는 내달 1일 개회식에는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던 야당이 이 같이 한발 물러난 데에는 투쟁의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동철·김성곤·민홍철·박주선·백군기·안규백·유성엽·이계호·이찬열·주승용 의원 등이 '장외투쟁 반대' 연판장을 돌렸다.
조경태 의원은 28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국회라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실질적으로 당내에 그러한 강경한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이 조금 계시고 특정 패권화된 계파 세력들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일부 계파 세력들이 야당을 좌지우지하는 이런 형태는 반드시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야당의 투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새누리당과 유가족이 두 차례 면담으로 '2자 협상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야당이 설 곳을 잃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 첫 분리 국감 무산…10월 국감 예정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자 결국 올해 처음 시행될 예정이었던 분리 국감이 무산됐다.
당초 여야는 지난 6월 국정감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6일부터 9월 4일까지 1차 국감을,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2차 국감을 진행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대치가 장기화 되자 본회의를 열지 못했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결국 불발됐다.
분리 국감 무산을 두고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이어가면서 분리 국감이 무산됐다며 비난하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특별법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세월호 정국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리 국감이 무산되자 국감 준비를 위해 들어간 수십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26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분리 국감 무산으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 비용은 10억 원에 달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러 언론들을 보면 야당이 국회를 방기하고 거리로 나간 것에 엄청나게 비판이 많다"며 "원래 26일부터 국정감사가 되도록 돼있었는데 지금 그 국정감사를 못하는 바람에 생기는 비용만 해도 10억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정감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오는 10월에 이른바 '원샷 국감'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 與-세월호 유가족 두 차례 면담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이 지난 25일 1차 회동에 이어 27일 2차 회동했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웠던 양쪽은 두 차례 회동 이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특별법 마련에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열린 2차 회동에서 유가족은 새누리당에 국가정보원의 김영오 씨 사찰 의혹과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떠도는 김 씨 관련 유언비어에 대해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그런 일이 있었는가. 그런 일이 있으면 즉각 이야기해 달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가차 없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곧바로 조치하겠다"며 회동에 동석한 윤영석 원내대변인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평 발표를 지시했다.
앞서 25일 열린 1차 회동에서는 양측이 이전까지 쌓였던 불신과 오해를 다소 풀고 긍정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직후 이 원내대표는 "허심탄회한 대화로 그간 있던 오해를 씻고 소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 역시 "특별법과 관련된 부분들에 대해 서로 오해한 부분을 설명했고, 시간이 지나고 만남을 자주 가지다 보면 어느 정도 해소해 나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내달 1일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과 '3차 면담'을 갖고 특별법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면담을 계기로 세월호 정국이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문재인 단식 중단 놓고 엇갈린 반응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이 28일 10일째 이어온 단식을 중단했다. 문 의원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 동안 단식 농성을 벌인 김영오 씨가 이날 단식을 중단하자 같은 결정을 내렸다. 문 의원은 김 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러 찾아갔지만 그의 뜻을 걲지 못했고, 동조 단식에 돌입한 바 있다.
문 의원은 이날 김 씨가 입원 중인 서울 동부시립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안 되고 있다. 저도 당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다. 광화문에 있는 동안 응원하고 격려해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원래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드는 그 일, 우리 당의 대열로 돌아갈 것"이라며 "가능하면 정기국회 전에, 늦더라도 추석 전에는 특별법 문제가 잘 타결이 돼 국민이 정말 개운한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일종의 추석 선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의 단식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왔다. '차기 대권 주자로 입지를 돈독히 다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강경 흐름을 주도해 특별법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의 단식 중단이 향후 특별법 협상에 어떤 작용을 할지 주목된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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