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름백태] 의원들 출장 가방 '외교 담았나, 외유 숨겼나'

국회 휴지기인 8월, 여러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떠났거나 계획 중이다./그래픽=오경희 기자

[더팩트 ㅣ 오경희·김지희 기자] '국회 휴지기'인 8월, 국제선에 몸을 싣는 의원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9월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일부 상임위원회와 의원들은 '외교'를 목적으로 이달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7일 현재 해외로 떠났거나 일정이 잡힌 의원들만 40여명에 이른다. 미국·라오스·캄보디아·칠레·파라과이 등 행선지도 다양하다.

'외교 차원' 출장이라는 의원들의 주장을 굳이 반박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외유성(외국으로 여행함)'이라는 비판이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장 활동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된 결과보고서도 출장 결과와 무관한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여야 원내지도부가 구성된 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공분을 산 세월호 참사 이후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시점에서 국회를 비우는 의원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군부대 사망사고 등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내 현안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이미 계획을 짰기에 갈 수밖에 없다'는 식의 해명은 국민들의 귀에는 절대 달갑지 않다.

◆ 법안 처리는 '0'건…해외 출장은 줄줄이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외유성(외국으로 여행함)이라는 비판이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삽화=더팩트DB

의원들이 이달 해외 출장 계획을 세운 곳은 미국과 중국, 몽골·라오스·칠레·파라과이 등이다.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일주일 넘게 국회를 비운다. 의원 측은 하나같이 "원래 계획된 행사고, 외교 차원의 출장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안 하나 못 만들어서 '불량상임위' 딱지가 붙었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은 6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새누리당 소속 홍문종 미방위 위원장을 비롯해 조해진·류지영·권은희·이재영 의원과 새정치연합 전병헌·우상호·정호준 등 여야 의원 10여명은 6일부터 13일까지 한국 국회의원 대표자격으로 한·미 학술대회(UKC-2014) 참석차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미방위 측 관계자는 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미방위가 '불량 상임위'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반박할 수는 없지만 상반기에 통과가 되지 않았던 대다수의 법안들이 현재 여야 합의를 마친 상태"라며 "법안이 대기 상태일 뿐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 국가경쟁력강화 포럼 소속 의원 10여명은 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몽골을 찾는다. 환경 문제를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한다.

㈔백야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회장인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7~8명은 오는 12일 중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기념사업회에서 매년 진행해 온 '청산리 역사대장정'에 참여할 계획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당 소속 원내수석부대표 9명은 오는 15일을 전후로 중국을 경유해 백두산 일대를 찾는다. 출장 목적은 항일 유적지 탐방이다.

한-라오스 의원친선협회 부회장인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협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의원 외교 목적으로 지난 2일 라오스로 떠났다. 이들은 일주일간 이곳에 머문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5박9일 일정으로 칠레·파라과이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5일 오전 출국했다. 이번 순방에는 새누리당 유일호·박윤옥·이채익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 등이 동행했다.

◆ 외유 vs 외교…의원들 "몰아세우기 안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해외시찰인 경우 국회 휴지기인 1월, 3월, 5월, 8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바른시민사회 제공

정치권에서는 의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색안경을 낀 채 모든 '의원 외교'를 외유성 출장으로 몰아세우면 안된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오는 14일 중국 출장 계획이 잡힌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 측은 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본침략 사진전은 이미 김 의원이 오래전부터 개최하고 참석했던 행사"라면서 "김 의원이 세월호 피해자지원 특별위원장이지만 중국에 방문한다고 해서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교'인지 '외유'인지 출장 성격을 구분지을 수 있는 '활동결과보고서'조차 규정대로 제출하는 사례가 적어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회의원외교활동등에 관한 규정' 제10조에 따라 의원외교활동이 끝난 후 20일 이내 활동결과 보고서를 서면으로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공개된 '의원외교 현황'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친선협회 및 상임위원회 일정으로 총 60차례 해외를 다녀왔다. '국회의원 외교활동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결과보고서 등록 시점을 분석하면 60건 가운데 단 3건만 규정기간 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이 의원 외교를 떠날 때 적게는 약 700만원에서 많게는 약 8800만원의 혈세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오는 15일을 전후해 중국을 찾는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측은 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탐방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의원들이 사비로 충당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외유성 출장 논란을 막기 위한 '방문외교 사전심사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외유성 출장을 막기 위해선 국회 윤리위원회 등에서 사전심사를 해 특정시기, 지역, 유사목적으로 국외출장을 나가는 경우를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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