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름백태] "국회 내 우뚝 솟은 '남근석' 을 아시나요?"

국회의사당 자리는 조선시대 궁녀들의 화장터와 공동묘지였다. 국회에 처녀 귀신이 출몰한다는 괴담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풍수지리학자들은 보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음기를 누르기 위해 2008년 5월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65톤짜리 거대 남근석을 세워 여인들의 한을 달랬다. 국회 남근석의 앞모습은 평범한 표지석같지만 옆 모습을 보면 남성의 성기 모양새(사진은 옆 모습)를 띠고 있다. /국회=고수정 기자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국회의사당 자리는 옛날에 '양말산'이라 불렸는데, 양말산은 조선시대 궁녀들의 화장터와 공동묘지였데. 그래서인지 국회는 처녀귀신이 자주 출몰한데. 그래서 처녀귀신의 원혼을 달래기위해 국회가 '남근석'을 세웠다고 하던데."

민의의 전당, 국회 내에서도 '처녀 귀신' '의원실 괴담'은 매년 여름이면 국회 관계자들 입에 오르내린다. 진위 여부는 둘째치고 '국회맨'들도 한 번쯤은 '묘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무더운 여름을 식히는 것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5월 처음 알려진 '국회 귀신 괴담'의 전말은 대략 이렇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14일 새벽 2시쯤, 비서관 A 씨는 국회 의원회관 7층의 한 의원실에서 야근 중이었다. 서류와 책자 등을 정리하던 그는 피곤을 이기지 못해 의자에 기대 잠시 눈을 붙였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A 씨는 인기척과 함께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집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 번쩍 눈을 뜬 A 씨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인이 책상 사이를 지나 사무실 안에 있는 의원 집무실로 사라지는 모습을 봤다. A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은 모두 퇴근했고 의원실에는 자기 혼자만 있었기 때문이다. A씨가 바로 집무실로 들어갔지만 사람은 커녕 시중말로 개미 한마리 조차 없었다. 업무에 지친 A 씨가 환청과 환영을 듣고 보았던걸까.

이때부터 시작된 '국회 귀신 괴담'은 국회 직원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 '귀신 이야기'는 심심찮게 회자된다. 국회 일각에서는 18대 국회 개원(2008년 5월 30일)을 앞두고 국회 사무처가 본청 뒤편에 65톤짜리 거대 남근석을 세운 것도 '양말산 여인'들의 한을 달래기 위해 비롯됐다는 '확인하기 힘든'말도 나돈다. (▼ 아래 영상 참조)

현재 이 남근석 전면(오른쪽)에는 國民과 함께하는 民意의 殿堂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으며 표지석과 함께 국회 본청 앞마당에 세워진 지 1년 만인 2009년 5월 23일 이미지 실추를 염려한 당시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헌정기념관 앞으로 옮겼다. /국회=고수정 기자

현재 이 남근석은 국회 헌정기념관 옆으로 옮겨졌다. '국회에 남근석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이미지 실추를 염려한 당시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이전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예산 2억1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이 거석은 세워진 지 1년 만인 2009년 5월 23일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박상근 풍수디자인연구소장은 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회가 들어선 곳은 양말산 자리여서 음기가 세다는 것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음양의 조화를 위해 국회가 남근석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남근석의 앞 모습을 보면 평범한 표지석같다. 그러나 옆 모습을 보면 남성의 성기 모양을 띠고 있다. 이 남근석은 국회내 명물 아닌 명물로 입소문이 돌면서 국회 일반 관람객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는 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남근석이 우뚝 솟은 다음부터는 '처녀 귀신 출몰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회에는 남근석과 관련된 '귀신 괴담' 외에도 의원실 호수와 얽힌 괴담도 존재한다.

입주했다 하면 불운을 겪는 것으로 유명한 방이 하나 있다. 의원회관 '6△△'호다. '6△△호 괴담'은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새정치연합의 한 보좌관은 "그 소문은 기자들이 만든 것으로 안다. 의원들이 많이 바뀐 방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괴담은 당시 16대 새천년민주당 박주선(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사연부터 시작됐다. 그는 2003년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한테서 3~4차례에 걸쳐 2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임기 5개월을 앞두고 방을 나갔다. 박 의원은 나중에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18대, 19대까지 3선의 고지를 밟았다.

방을 떠난 후 다음 총선에서 새로 입주한 17대 이철우 열린우리당 전 의원, 18대 홍장표 전 친박연대 의원도 잇따라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에 의원직을 잃었다. 세 의원이 잇따라 의도치 않게 방을 떠나면서 '들어갔다 하면 주인이 바뀌는 방'으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국회 의원회관 6△△호에 입주한 의원들이 중도에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거나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였다가 무죄를 판결받는 등 불운의 방으로 유명하다. /고수정 기자, 더팩트 DB, 서울신문 제공, 전정희 홈페이지

현재 '6△△'호의 주인은 새정치연합 전정희 의원이다.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기자들에게 금품을 건네고, 재산 내용 축소 신고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5월 9일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현재는 활발히 의정활동 중이다.

박주선 의원은 '6△△호 괴담'에 대해 5일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해서 나를 희생시켰던 사건이고 나중에 무죄가 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는데 불운의 시작이 왜 나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선거법 위반 등으로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믿느냐. '불운의 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정희 의원은 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말문을 닫았다.

'불운의 방'으로 통하는 곳은 한 곳 더 있다. '444'호다. 이곳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16대 김낙기 전 의원과 17대 정종복 전 의원이 이곳에서 살림을 꾸렸지만, 다음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러나 '444'호는 19대 국회 출범과 함께 의원회관이 리모델링 되고, 제2의원회관이 신축되면서 사라졌다.

국회 의원회관 시설계획과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 이유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숫자 4는 죽음을 뜻하는 '사(死)'와 발음이 같아 예부터 좋지 않은 숫자로 꼽힌다. 건물에 4층이 없거나, 층 혹은 엘리베이터에 4층을 'Four'의 첫 자인 'F'로 표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444호'가 사라진 것도 같은 의미에서 비롯됐다고 의원회관 이용자들은 유추한다.

◆ 다음은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실에서 제작한 국회 귀신괴담 U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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