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P-STORY] '나홀로 안철수'를 바라보는 시선

7·30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행보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한때 열렬히 사랑했지만, 돌아서니 싸늘하다. 수많은 영화에서 연인들의 헤어짐을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한다'고 말하듯, 영원한 것은 없다. 식어버린 사랑은 '님'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로 흐른다.

3년여 전, 안철수 의원을 향한 국민들의 구애는 뜨거웠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CEO 안철수'를 단숨에 '대권주자'로, '19대 국회의원'에 이어 '당대표'로 거듭나게 했다. 안 의원의 정계 입성과 신당 창당 명분도 '새정치'였다.

하지만 안 의원이 내건 새정치는 보수진영으로부터 '철수(撤收) 정치'라는 얘기를 듣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보수진영은 안 의원이 지난 3월 독자 신당을 포기한 후 민주당과 통합했고, 한 달도 안 돼 통합의 명분인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번복한 것을 '철수 정치'라 손가락질했다. 여기에 7·30 재보선 참패로 4개월 만에 당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이들의 비판에 힘을 실었다.

쓴소리는 그와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에게서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를 이끌었던 윤여준 의장을 필두로 김성식·홍근명·박호군 공동위원장 등이 통합신당 창당 소식에 실망해 결별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는 '안철수의 남자'로 불린 금태섭 전 새정치연합 대변인이 당 지도부의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하며 안 대표와 다소 거리를 뒀다. 그는 점점 '혼자'가 됐다.

금 전 대변인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언제부터인지 한 개인의 역량이나 훌륭함이라고 착각하고 기대기 시작한 것이 실패의 단초가 아닌가"라며 "애초에 사람들이 희망을 걸었던 것은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공간, 그 속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 등과 같은 것이었다"고 되뇌었다.

그의 자성이자 안 의원을 향한 일침으로 해석된다. 혹은 막연하게 안 의원만 바라보는 적지 않은 야권층의 의존성을 지적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물론 무엇보다 국민들은 새정치에 대한 갈망을 '안철수 현상'으로 투영한 것이지, 개인 '안철수'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짚어야할 듯싶다. 또한 "안 대표의 리더십도 문제였지만 그의 퇴장은 기존 민주당계의 기득권 때문"이라는 당 안팎의 지적도 분명 곱씹어볼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다시 재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지지세력을 어떻게 끌어안을지와 모호했던 새정치의 구체화 작업, 정치실패의 경험을 내면화하고 기반을 다지는 작업 등을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역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최근 남은 측근들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새로운 정치,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그는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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