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지역에 연고 없이 출마한 후보가 여럿 있다는 점이다. "당과 주민의 요청"으로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외지인'이라는 이지미를 벗기 위한 '인연' 찾기에 한창이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선거 유세에서 "나는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가 이름을 상도시장에 있는 작명소에서 지었다. 또 할아버지가 흑석동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의 원래 외가는 흑석동"이라고 강조한다. 같은 구 대방동에 있는 숭의여중을 졸업했다는 점도 동작구와의 인연으로 꼽는다.
판사 출신 나 후보는 17대 총선에선 비례대표로 처음 의원이 됐고, 18대에선 서울 중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2011년 10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와 맞붙었지만 패배했다.
같은 지역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대학생이던 1970년대 후반 가족과 함께 동작구에서 2~3년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당선됐다. 2012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이른바 '떡값 검사'의 이름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2월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경기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도 "경기지사 시절 팔달에 관사가 있어 4년을 살았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손 후보는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한 뒤 국회의원에 3번 당선되고 장관과 도지사를 지내는 등 정계에서 '잔뼈'가 굵지만 상대 후보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 고전하고 있다.
팔달구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선친인 고(故) 남평우 전 의원이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래 22년 간 새누리당이 사수한 여권 텃밭인데다 김 후보도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이웃' 지역구에서 당선됐다는 인연도 있다. 경기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는 "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된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은 영통과 인접지역이며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표심 구애에 나섰다.
임 후보는 16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성남 분당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냈고, 노동부 장관, 대통령 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지역구에 특별한 인연이 없는 후보들은 이 점을 오히려 무기로 삼는다.
임 후보와 같은 지역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는 역으로 "누가 먼저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살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빗대 박 후보를 '해남에서 온 그대'라고 말한다.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박 후보는 2012년 4·11총선에서도 해남·진도·완도에 출마했다.
경기 김포시 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도 "지역 주민의 75%가 외지인"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경남 남해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다. 1988년 경남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을 시작으로 남해 군수, 행정자치부장관, 경남 도지사, 18대 대선 경선 후보까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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