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궁합 ⑤] '재보선 동기' 김무성-안철수, 여야 순풍 이끌까

'궁합(宮合).' 사전적으로는 남녀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점이다. 성격·성향 등 궁합이 잘 맞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상극이면 남남으로 갈라선다. 대한민국 국정을 이끄는 정치인들의 궁합이 중요한 이유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하는 당 지도부 간, 대척점에 섰다 때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여야 대표 간 등의 호흡에 국민들의 '안녕'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여의도 궁합' 기획 시리즈를 다룬다.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등으로 냉각된 여야의 관계를 협상력을 발휘해 풀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어색한 조우.'

새누리당 김무성(63)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52) 공동대표의 21일 만남을 정가에선 '어색한 조우'로 평가했다. 두 사람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평택시 안중읍 안중시장을 찾았고, 예고 없이 마주쳤다.

안 대표가 현장에 있었던 것을 몰랐던 김 대표는 안 대표를 보자 '허허'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이내 김 대표와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 안철수 대표, 새정치연합 정장선 후보는 나란히 서서 어색한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 없이 '잠깐'의 시간을 함께한 후 자리를 떴다.

정가에서는 두 사람이 어색한 조우를 한 것은 '세월호 특별법' 등과 관련해 여야의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24일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1년 만에 여당과 제1야당의 수장이 된 두 사람이 냉각된 여의도 정가를 어떻게 해동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부산 출신·CEO·잠룡 '공통점'

새누리당 김무성(가운데)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왼쪽) 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24일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동기다. 지난해 6월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갖고 있는 세 사람. /서울신문 제공

두 사람은 선수는 다르지만(김 대표는 5선, 안 대표는 초선) 같은 선거로 국회에 발을 들여 이른바 '동기'로 불린다. 이들은 국회 입성 직후인 지난해 6월 17일 '맏형격'인 김 대표의 제안으로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함께 '동기 모임' 형식의 오찬을 같이 했다.

당시 김 대표는 안 대표의 '새정치' 실현을 응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경제부터 국가 변혁 패러다임에 이르기까지 '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당사자들은 "순수한 친목모임"이라며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날 이후로 추가 모임은 열리지 않고 있다.

약 1년이 흐른 지금 김 대표는 지난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고, 안 대표는 지난 3월 민주당과의 제3지대 창당방식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한 이후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직을 맡아 당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라는 사실 외에도 부산이 고향이고, CEO(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를 했으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으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 보스형 vs 합리주의자…성격 정반대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왼쪽) 공동대표는 각각 보스형 정치인과 원칙 중시 합리주의자로 평가된다.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1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읍 안중시장에서 열린 평택을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만나 양당 후보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김 대표와 안 대표. /서울신문 제공

김 대표는 당내 대표적인 '보스형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공천 학살'로 불출마 선언했던 2008년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친박계 인물들을 대거 당선시키면서 여의도와 당에 복귀했고, 2012년 '현역 의원 공천 컷오프'로 공천 탈락했을 때도 그해 말 박근혜 대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복귀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이바지했다.

'백의종군'했던 그의 모습은 소위 '의리의 정치'로 평가받았고, 대선 기간 캠프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펴고 상황을 직접 보고받으며 캠프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으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 대표의 별명인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말을 뒷받침 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무겁고 진중한 성격과 '할 말은 하는' 직설적인 성격으로 '뼛속까지 정치인'이라는 말도 듣는다.

반면 안 대표는 '원칙 중시 합리주의자' 유형으로 불린다. 그는 자신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원칙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남자'로 불리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한 것을 두고 당내 반발이 끊이질 않았지만, 사실상 '올인'하겠다고 밝히며 끝까지 밀어붙였다.

남성성이 강하고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김 대표와는 달리 안 대표는 침착하고 차분한 말투와 극도로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리숙한 정치인의 모습이지만, 속을 알 수 없고 고도의 전략을 품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세월호 특별법 등 협상력 '시험대'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에게는 여야의 견해차로 표류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의 과제가 산적해있다. 지난 16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양당 원내대표와 함께 회동을 한 두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정반대의 성격을 보이고 있는 두 사람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을 위해 담판 회동을 벌였다. 결과는 '협상 실패'였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등의 핵심 쟁점에서 여야의 견해차가 커 예상된 결과라는 말이 나왔다.

김 대표와 안 대표에게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의 첫 정치력 시험대이고, 안 대표에게는 재신임 문제가 걸려 있다. 또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요청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과 정부조직개편안을 위한 관련법 처리도 과제다.

그러나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고 인사 참사 등으로 정국이 냉각된 만큼, 산적한 과제를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가 야당과의 소통을 중시하지만, 당장 여야 관계를 해동시킬 영향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두 대표가 협상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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