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궁합 ④] 박근혜-김무성, '애증'에서 '동반자'로?

'궁합(宮合).' 사전적으로는 남녀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점이다. 성격·성향 등 궁합이 잘 맞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상극이면 남남으로 갈라선다. 대한민국 국정을 이끄는 정치인들의 궁합이 중요한 이유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하는 당 지도부 간, 대척점에 섰다 때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여야 대표 간 등의 호흡에 국민들의 '안녕'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여의도 궁합' 기획 시리즈를 다룬다.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14일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대표가 10년의 애증관계에서 정치적 동반자로 관계를 재정립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무성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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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정치는 흔히 연애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랑이 지속되는 허니문 기간이 있다가도 금세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대화와 타협을 하기도 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기도 한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대변해주는 두 사람이 있다. 박근혜(62)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63) 대표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10년 동안 사랑(?)과 미움을 넘나드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박 대통령이 두 번의 대선 가도를 걷는 동안 김 대표는 항상 가까이에서 보좌했지만, 이후에는 늘 미묘하게 관계가 틀어지곤 했다.

김 대표는 14일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여당 수장으로 올라섰다. 그의 임기 2년은 국가 개혁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2, 3년 차 국정운영 시기와 맞물린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애증(愛憎)' 관계인 두 사람이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관계 재정립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 '친박'에서 '비박'으로 '애증의 10년'

박근혜(오른쪽)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05년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이 두 번의 대선 가도를 걷는 동안 김 대표는 항상 가까이서 그를 보좌해 왔다. 그러나 이후에는 미묘하게 관계가 틀어지는 등 애증의 사이다. 2012년 3월 27일 오후 새누리당 부산시당 강당에서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는 당시 중앙선대위원장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서울신문 제공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2005년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발탁했다. 당시 당내 소장파가 김 대표를 겨냥해 '인의 장막'을 쳤다는 비판을 쏟아낼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웠다.

동지적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의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서 후보와 조직본부장 사이로 손발을 맞췄다. 김 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좌장'으로 자리매김했고, 박 대통령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밀리는 와중에도 경선을 끝까지 진두지휘했다.

박 대통령이 경선에서 패하고 2008년 이른바 '친박 공천학살'로 두 사람은 고초를 함께 겪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김 대표에게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살아서 돌아오라"고 당부했고, 김 대표는 '친박 무소속연대'를 결성해 부산·경남권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키며 여의도에 복귀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은 2009년부터다. 이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자주 부딪혔고, 급기야 김 대표가 친이(친이명박)계의 추대를 받아 원내대표가 되려 하자 박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대해 김 대표는 결국 뜻을 접어야 했다. 2010년 2월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원안을 고수한 박 대통령과 달리 김 대표가 '7개 독립기관 이전'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내놓으며 대립하다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일갈했다.

소원했던 두 사람의 사이가 개선된 것은 2012년 대통령선거 때다. 김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백의종군하면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다시 '공존공생' 사이가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김 대표의 부산 영도구 재선거 출마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표적인 '친박'인 서청원 최고위원에게 사실상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두 사람은 다시 불편한 사이가 됐다. 김 대표가 14일 전당대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의 연설 내내 박수 한 번 치지 않으며 정중한 태도를 잃지 않은 모습은 두 사람의 '애증'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대망론' 김무성, 朴 대통령에 '독' 되나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가 14일 여당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차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김 대표가 집권 2년 차를 맞은 박 대통령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당·청관계가 기존과는 다르게 짜일 거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월호 참사와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로 타격을 입은 여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순응형' 지도부가 아닌 할 말은 하는 수평적 당청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두 차례의 TV토론에서 "그동안 청와대나 행정부에 대한 당의 견제 기능이 부족했다"며 "서로의 발전을 위해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밝은 눈과 큰 귀가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친박 중심의 당 지도부가 김 대표를 비롯해 비박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강력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무조건적인 동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대망론'을 품고 있다는 것도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서 최고위원이 경선 과정에서 "대권에 뜻을 둔 사람이 당권을 잡으면 여당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대통령과 대립하고 당과 나라를 어려움에 빠뜨리게 된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의 존재가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불러일으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당 일부에서도 입을 모은다.

다만 김 대표가 15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며 "저와 새 지도부에 맡겨진 역사적 사명과 국민적 명령은 박근혜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말해 박 대통령과 대립적인 관계를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그가 낡은 정치 청산, 혁신 등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박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국가 개조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의외로 찰떡 궁합 호흡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일인자'인 박 대통령과 '미래의 일인자'를 꿈꾸는 김 대표가 궁합을 맞춰 정치적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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