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기획] '정상영업'이라지만…손님 대신 적막 가득한 홈플러스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에 유제품 재고 부족 안내문이 붙어 있다. /송호영 기자

같은 날 홈플러스 월드컵점 앞에 정상영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더팩트 | 송호영 기자] "어떻게 되는 거에요?" "모르겠어요, 정말 아무것도"

6일 오전 취재 차 방문한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한 손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은 당혹스럽고 침울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는 법정관리 신청 이후 1년 4개월 만으로, 홈플러스가 이 기간 내에 2000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홈플러스 합정점 입구에 재고 상품 할인을 알리는 전단이 붙어 있다.

이튿날인 7일 오후 방문한 홈플러스 신도림점에도 정상영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더팩트> 취재진은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세 곳의 홈플러스 매장을 살펴봤다. 한때 손님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띠었을 매장은 '적막' 그 자체였다.

신도림점 내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입구에 걸린 '정상영업' 안내 현수막은 파산을 앞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매장을 운영하려는 홈플러스의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매장 내부 상황은 심각했다. 홈플러스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판매대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홈플러스 월드컵점 밀키트 판매대에 보관용기가 진열돼 있다.

같은 지점 만두 코너에 얼음이 채워져 있다.

정육 코너에 올리브오일과 프라이팬이 진열돼 있다.

그중 처음 찾았던 월드컵점은 가장 나쁜 처지였다.

밀키트 코너에는 보관 용기가, 만두 코너에는 얼음이 채워져 있었다. 정육 코너에는 올리브오일이 가득했다.

이를 의식한 듯 한 직원은 "더 이상 찍으시면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닭고기 코너에 올리브오일이 진열돼 있다.

합정점 주류 코너에 과자들이 진열돼 있다.

신도림점의 맥주 코너가 텀블러로 채워져 있다.

이어 방문한 합정점과 신도림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채소와 육류 등 식품들이 제대로 진열되지 않았고, 주류는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는 아예 비어버린 매대도 있었다. 합정점 홍삼 코너에는 포장 상자만 남아 있고, 신도림점의 피자 코너에는 피자 대신 '신규 브랜드 입점 준비 중'이라는 팻말이 놓여 있었다.

상품이 제대로 진열된 판매대에도 '상품 변경 준비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정상적인 운영은 어려워 보였다.

신도림점 채소 코너가 비어 있다.

신도림점의 정육 코너에 주방 기구들이 진열돼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 내 홍삼 진열대가 비어 있다.

이에 매장을 찾은 손님들의 불편함이 쏟아졌다.

홈플러스 신도림점에서 만난 40대 여성 A 씨는 "홈플러스가 파산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60대 주부 B 씨는 "고기를 사려고 매장에 왔는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그냥 빈손으로 나왔다"며 발길을 돌렸다.

신도림점 매장 내부 피자 판매대도 비어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홈플러스의 어려움은 재고 부족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카드사들의 가맹점 대금 지급 보류 등으로 계산대 앞에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로 결제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로부터 '온라인몰 포인트 제휴 계약종료' 공문을 받았으나 "14일 이내 즉시항고가 가능한 상황에서 아직 회생절차가 유지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월드컵점 의류 코너에 진열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침울한 매장 분위기 속에서도 홈플러스 직원들은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한 매장의 과장 C 씨는 "끝까지 있어, 버텨야지. 오늘 같은 날 다 같이 밥이라도 먹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신도림점 계산대 앞에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홈플러스 신도림점 직원들이 판매대를 정돈하고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의 점원이 계산대를 지키고 있다.

홈플러스의 이 같은 상황에 청와대와 국회도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6일 청와대 뉴미디어 출입기자단과 만나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여지가 있고 협력업체 피해가 광범위한 측면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 수석은 정부 개입에 대해 "홈플러스 인수기업이 나타나면 정책금융 지원이든 정부의 개입 여지가 생길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와 납품한 중소협력업체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청문회 추진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같은 날 전체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의 책임 소재를 따져 묻기 위해 청문회 개최를 결정하면서, 홈플러스의 미래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hysong@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