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예원 기자]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명을 포함한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됐다.
로이터와 AFP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오후 2시 52분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 여러 채가 불길에 휩싸였다. 홍콩 당국은 6시 22분께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경보 단계를 격상했다. 5급 경보는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에 대해 "대규모 참사"라고 칭했다.
화재가 난 단지는 총 8개 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2000가구에 약 48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길은 8개 동 중 7개로 빠르게 번졌다.
불은 건물 외벽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탓에 이 아파트 외벽에는 대나무 비계(飛階·공사용 임시 발판)가 설치돼 있었다. 이를 통해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나무 비계는 가볍고 설치가 빠르기 때문에 홍콩 등 아시아 일부 건설현장에서 여전히 쓰이는 전통 방식이다. 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소방당국은 대나무 비계 외에 스티로폼도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크리스 탕 보안장관은 예비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창문을 밀봉하는 데 스티로폼이 사용됐다"며 "이 때문에 비계가 연소된 후에도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역 소방서장도 "창문을 막고 있는 스티로폼을 발견했다"며 "이로 인해 화재가 블록 내에서 더 빠르게 확산되고 복도 전체에 불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경찰 당국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건설사 관계자 등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장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에는 소방차 140대 이상, 소방관 800명 이상이 투입됐다. 사망자 중 소방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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