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효균 기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알랭 들롱이 별세했다. 향년 88세.
AFP 통신은 18일(현지시간) 자녀들의 발표를 인용해 알랭 들롱이 프랑스 루아레 주 두쉬에 위치한 자택에서 88세의 일기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세 자녀는 이날 "알랭 들롱이 나빠진 건강과 사투를 벌이다 자택에서 가족과 루보(반려견)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뇌졸중 등 투병을 이어온 알랭 들롱은 인터뷰 등에서 "안락사에 찬성한다. 평화롭게 떠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본인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2019년에는 뇌졸중을 겪으며 안락사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랭 들롱의 전 아내 나탈리 들롱은 췌장암 투병 중 2022년 사망했는데 그녀 역시 안락사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3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알랭 들롱은 1957년 영화 ‘여자가 다가올 때’로 데뷔해 세계 최고의 미남으로 꼽히며 큰 사랑을 받았다. 1960년 작인 르레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의 리플리역을 연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스릴러 영화에서 들롱은 자기를 무시하는 부잣집 아들과 지중해에서 요트를 타다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청년 리플리를 연기했다. 자기가 한 거짓말을 스스로 믿는 것을 가리키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여기서 유래했다.
영화 ‘크리스틴’(1958)에 함께 출연한 독일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1938~1982)와 동거를 했고 1964년에는 나탈리 들롱과 극비 결혼식을 올렸다. 나탈리 들롱과는 1967년 개봉한 영화 ‘고독(Le Samourai)’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후 서늘한 눈빛과 준수한 연기력으로 ‘한밤의 암살자’(1967), ‘시실리안’(1969), ‘암흑가의 두 사람’(1970) 등 누아르 영화에 출연하며 프랑스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뛰어난 외모로 전세계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미남배우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 받은 후에는 요양 생활을 해왔다.
국내에서 '잘 생긴 남자의 대명사'로 통했던 그는 1996년 처음 방한했다. 당시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를 홍보하기 위해 왔던 그는 팬들과 만나 "한국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무척 기쁘다" 말했다.
알랭 들롱은 지난 199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명예 황금곰상을, 2019년에는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영화계를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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