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르포] 북·러 군사협약 속 긴장 고조··· '北 접경 지대를 가다'

두만강 너머 바라본 北, 대체로 한산한 모습

남양역엔 김일성 부자 초상화...김정은 없어

백두산 일대 작업, 분주한 북한 군인들 포착

서울 광화문 기준 직선거리로 646km인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도문시 두만강 강변공원. 취재진은 약 두 배의 거리인 1200km를 돌고 돌아 北 접경지대를 방문할 수 있었다. 사진은 두만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남양노동자구) 남양역 일대. /옌볜=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옌볜=박헌우 기자]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탄도미사일 발사, 북·러 군사 조약 등 대남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은 북·중 접경 지대를 찾아 최근 북한의 분위기를 살폈다.

지난달 11일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도문시 두만강 강변공원에서 두만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일대. 함경북도 온성군(남양노동자구) 남양역에는 김일성·김정일의 부자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주변은 대체로 조용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의 초상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 가이드는 커다란 카메라를 든 취재진에게 "중국 공안의 감시가 심하니 카메라를 절대 버스에서 가지고 내리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또 "공안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버스에서 내려 보니 북한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북한과 중국은 작은 강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줌으로 당겨보니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확인될 정도였다.

이렇게 가까이 마주한 북한은 낯설었다. 평소 한국에선 통일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을 통해 바라볼 뿐, 맨눈으로 북한 일대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남양역에 걸려 있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 김정은의 초상화는 보이지 않았다.

한국 땅이 아닌 중국 땅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사뭇 느낌이 달랐다. 취재진은 북한을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두만강 관광 부두 쪽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이를 지켜보던 경비 직원은 "어디 가느냐, 내려가지 말아라"는 말과 위협적인 행동으로 취재진을 제지했다. 아쉽지만 멀리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북한은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남 도발 수위를 끌어올려 한반도 정세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9일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고 손을 맞잡았다. 북한과 러시아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각국에서 전쟁 발생 시 즉각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조약을 공개했다.

'북·러 군사 조약'은 한반도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의 오성홍기와 북한의 인민기가 걸려 있다. 취재진은 이곳으로 내려가려 시도 했지만, 중국 측 경비 인력에 제지당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6.25 전쟁 제74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북·러 군사 조약과 잇따른 도발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군사·경제적 협력 강화마저 약속했다"면서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여전히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여 끊임없이 도발을 획책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오물풍선 살포와 같이 비열하고 비이성적인 도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우리 국민의 삶을 든든하게 지키기 위해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북한의 도발에 압도적이면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광객들이 망원경을 빌려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25일 한국의 우려에 대해 북·러 군사 조약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서 "한국이 이번 조약을 차분히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이번 조약은 한반도와 역내 전체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국가들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며 "한국이나 제3국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조약이 한반도와 유라시아 평화와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관련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조·러(북·러) 간의 양자 협력 사무로, 나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북한 땅. 하지만 바라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리젠 대변인은 다만 "한반도 문제에 관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시종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동하는 것이 각 당사자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식해 왔으며, 각 당사자가 이를 위해 건설적인 노력을 하기를 희망한다. 중국도 각 당사자와 함께 이를 위해 건설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백두산 북파코스에 올라 바라본 북측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무리가 바쁘게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북·러 군사 조약은 중국에 '새로운 골칫거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북·러 군사 조약이 한미일의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한반도 지역의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 전쟁에 사용할 군수품을 지급받는 대가로 북한에 핵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역 안보와 국제적 입지 유지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선택과 동맹 형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군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건물과 고무보트가 보였다.

이러한 한반도 정세를 반영하듯, 두만강 강변공원을 떠나 찾은 백두산에는 왠지 모를 냉기가 느껴졌다. 백두산 북파코스에 올라 바라본 북측에는 북한군으로 보이는 무리가 바쁘게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또 북한군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건물과 고무보트가 보였다. 가이드는 "백두산 천지 일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 1년에 맑은 날은 30일 정도 뿐인데 오늘 같은 날은 북측도 잘 보이는 편이다"라며 "오늘 온 분들은 운이 상당이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백두산 일대는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거센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은 남북 관계를 운명을 맡겨야 하는 '풍전등화(風前燈火)' 같은 상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이 다가오고 있지만 한반도는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하루빨리 얼어붙은 한반도에 따뜻한 봄이 오길 기대해 본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어딘가 모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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