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예원 기자]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 돌진 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가 지난 6일 오전, 같은 자리에서 한 차량이 사고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도로를 역주행하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오전 10시 30분경 검정색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인 이 도로(세종대로18길)를 역주행으로 달리자 교통경찰이 이를 제지했고, 시민들과 현장을 방문한 추모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일부 시민들은 운전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연치 않게 이날 역주행한 차량은 지난 1일 사고를 낸 차량과 동일한 제네시스 G80 차량으로, 길을 지나는 시민들은 더욱 놀란 모습이었다.
길을 지나던 50대의 한 시민은 "역주행으로 큰 사고가 난 곳인데 눈 앞에서 이런 광경을 보니 너무나 당황스럽고 놀랍다"며 "이곳의 헷갈리는 일방통행 교통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취재진에 말했다.
앞서 차모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6분께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횡단보도로 돌진,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모두 16명(사망자 9명·부상자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청역 인근 도로 체계 복잡해 운전자들이 평소에도 길을 혼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운전자가 웨스틴조선호텔 정문에서 바라봤을 때 일방통행임을 알리는 '진입 금지' 표지판이 흐려 보이고, 바닥의 진행 방향 유도 표시 역시 헷갈릴 수 있어 일방통행로를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를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사고가 발생한 세종대로18길은 서울 도심에서 흔치 않은 일방통행 4차선이기도 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고를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이 구간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시내 일방통행 도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시는 일방통행 도로 내 교통안전시설이나 신호체계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이 필요할 경우 보완할 계획이다.
한편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던 소공동 일방통행 도로는 개조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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