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목포·진도=박헌우 기자] "내 자식이 이렇게 되면 나도 같이 가지..."
4.16 세월호참사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등 승객 433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는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제주로 향하던 중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참사로 전체 탑승자 수 476명 중 172명만이 생존하고 299명이 사망, 5명이 실종됐다.
<더팩트> 취재진은 13일과 14일, 10년 전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목포와 진도 일대를 찾았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목포 신항만과 진도 팽목항에는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은 쏜살같이 지나버린 시간에 숙연해 했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 참사가 흐릿해져 가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도 감추지 못했다.
◆ 7년 전 '마지막 항해' 세월호, 녹슬어 처참한 모습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목포의 바다는 평화로웠다. 빛바랜 노란 리본은 여전히 세월호를 지키고 있었다.
2014년 침몰한 세월호는 3년 뒤인 2017년 3월 인양된 후 목포 신항만으로 옮겨져 육상 거치됐다.
전북 김제에서 이곳을 찾은 김 모 할머니(88세)는 녹이 슨 세월호 앞에서 "피 끓는 청춘들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며 "살릴 수 있었음에도 살리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참사로 희생된 선생님들이 좋은 곳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면 좋겠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또한 "남의 자식이지만 속이 짠하고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면서 "내 자식이 이렇게 되면 나도 같이 가지"라며 울먹였다.
세월호참사가 10년이 흘렀지만 국가의 책임을 묻는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동안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와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등 위원회와 검찰 특수단은 이준석 세월호 선장부터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중 승객 구조에 실패한 책임을 묻는 형사 재판은 대부분 무죄로 결론 났다.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한 '2차 가해' 의혹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그늘 한 점 없는 태양 아래 세월호는 비바람과 바닷바람에 녹이 슬어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목포 시민들의 여론조사와 '접근성이 좋았으면 한다'는 유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목포시 고하도 해상케이블카 인근으로 세월호 선체를 옮겨 원형 보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함께 세월호를 추모·기억할 수 있는 별도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국립세월호생명기억관' 이 건립될 예정이다. 기억관은 2025년 착공을 시작해 2029년 준공한 뒤 오는 2030년 개관할 계획이다.
◆ 추모객 발길 이어지는 팽목항
구조된 생존자와 희생자들이 가족을 다시 만났던 팽목항에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또 다짐과 회한이 담긴 노란 리본과 기억의 벽은 1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월호 팽목 기억관을 찾은 추모객 A씨는 "4월 이맘때쯤만 되면 세월호 참사를 잊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이 참사를 계기로 또다른 사고가 생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이다"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4.16 세월호 참사를 앞으로는 절대 잊지 않겠다"면서 "다시 한번 희생자들이 좋은 곳에서 아픈 일 없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명복을 빌었다.
추모객 B씨는 "당시 왜 많은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을까. 왜 밖으로 못 나오고 안에서 참사를 당했을까.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어이가 없다"며 긴 시간이 흘렀지만 해결되지 않은 의문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은 10번째 4월 이곳 진도 팽목항을 찾은 시민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생명'과 '안전'이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자리매김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10년간 안전한 사회를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대형 재난 참사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형 재난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제도를 보완해 우리 사회가 같은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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