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르포] 군부대 떠나니 유령도시···'무너져 가는 접경지역 상권'

과거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는 지금은 사라진 육군 27사단 인근에 있어 휴가나 외박을 나온 군인들로 붐볐던 곳이었다. 취재진이 사창리를 찾은 14일 밤, 군인들이 인적이 드문 길가를 지나가고 있다. /화천=이동률 기자

22일 밤,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상가가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하지 않고 불을 모두 꺼놓은 모습이다.

[더팩트ㅣ화천·양구=이동률 기자] "더는 버틸 수가 없네요. 매출이 절반 넘게 떨어졌어요"

지난 14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만난 A씨는 한산한 거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A씨가 장사를 하는 화천군 사내면은 '이기자 부대'로 유명한 육군 27사단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저녁시간이면 휴가와 외박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들로 붐볐으며 우스갯소리로 상인들도 명예 27사단 군인이라고 할 정도로 군 친화적인 상권이었다. 그러나 국방개혁2.0으로 인한 27사단 철수 결정으로 인해 군인들은 자취를 감췄고 군부대 의존율이 높았던 지역 상권에 치명타로 이어졌다.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가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가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 인적 드문 화천군 사창리 '인근 상권은 완전 초토화'

실제로 취재진이 찾은 사내면 사창리는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며 부대 복귀시간이 임박하자 근처 육군 15사단 일부 장병들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상가를 조금만 지나다 보면 상가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내걸리는 등 썰렁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었다.

사창리에서 30년 가까이 호프집을 운영하는 상인 B씨는 "27사단 철수 전에는 평일 밤에도 외출한 군인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밤에 가게 불만 켜놓은 가게가 더 많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나마 여기 사창리는 양호한 편이지만 다른 상권인 사방거리나 다목리는 완전 초토화됐다"고 말했다.

화천군 사내면 일대를 지나다 보면 어렵지 않게 폐업한 가게를 찾아볼 수 있다.

군인들이 휴가 복귀 때 자주 찾는 PC방 역시 손님이 끊긴 모습.

음식점 역시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상인 B씨의 말을 듣고 취재진은 사창리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다목리를 저녁 시간에 찾아갔다. 사창리는 저녁 장사는 하고 있었지만 다목리 거리는 가게의 불이 모두 꺼져 어둠만 가득한 모습이었다.

24시간 영업을 했던 음식점도 저녁 장사를 포기했으며 군인용품 상점도 문을 굳게 닫았다. 유일하게 불을 켜고 영업하는 곳은 24시간 체인 편의점뿐이었다.

화천군 일대에는 철수한 육군 27사단 부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화천군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정부가 군부대 통폐합을 포함한 국방개혁 2.0 정책을 본격 추진하며 육군 27사단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화천과 함께 대표적인 군 접경지역 상권인 양구군.

◆ 한산한 모습은 양구군도 마찬가지...'2사단 해체 여파'

화천군과 함께 군 상권의 대명사였던 양구군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양구 시내는 화천보다는 상권의 규모가 커 상점이 많은 모습을 보였으나 대목 시간에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며 차량 통행도 없는 편이었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면 상가임대 안내문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양구 중심지가 활력을 잃은 건 육군 2사단이 2019년 12월 해체되면서부터다. 2사단 해체 여파로 양구에서는 5600여 명의 군병력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약 930억 원에 달한다고 양구군은 밝혔다.

양구군 역시 육군 2사단 철수로 인해 상권이 큰 피해를 입었다.

양구 중앙거리도 점심시간에 일부 신병교육대 면회객과 군인들만 보이고 대체적으로 한산했다.

양구군 중앙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상가 거리에는 공실이 넘쳐났다.

오래 방치된 인형 사이로 지나가는 군인과 면회객. 현재 양구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 군부대 철수로 인한 접경지역 상권 붕괴, 앞으로도 이어질듯

이처럼 군부대가 상권의 핵심이었던 전방 접경지역이 차례차례 무너지고 있다. 군부대 철수로 인한 접경지역 상권 붕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발행한 2022국방백서에 따르면 국군 산비 병력은 50만 명 규모로 육군 36만 3000여 명, 해군 7만 여명, 공군 6만 5000여 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바로 전에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서는 상비병력이 55만 5000여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9.9%가 줄어든 셈이다.

화천 사내면 사창리와 함께 과거 27사단 장병들이 자주 이용했던 다목리는 저녁 장사를 아예 포기한 모습이다.

불 꺼진 상가를 뒤로한 채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장병.

군병력은 앞으로 해가 지날수록 가파르게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군 병력은 2035년까지 46만 5000여 명으로 줄어들다 2039년에는 40만 명, 2043년에 이르러서는 33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목리 뿐만 아니라 그나마 번화가로 알려진 사창리도 일부 상점은 아예 저녁 영업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휴가에 복귀하는 군인들이 간단한 음료를 사 들고 부대로 복귀하고 있지만 상가에 걸린 임대 안내문이 접경지역 상권 쇠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다양한 해결책 강구하는 지자체

군병력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다가온 만큼 접경지역의 지자체는 군 의존 상권을 탈피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화천군은 강원특별자치도의 접경지역 정주환경 개선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5억 원을 확보해 장터길 경관을 조성하고 보행자 친화 거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내면에 산업단지와 파크골프장 조성을 비롯해 커뮤니티센터, 고령자 실버 아파트, 치매전담형 종합노인요양시설, LPG 배관망 구축과 같은 대형 사업도 추진한다.

저출산 등으로 앞으로 군부대는 더욱더 축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등 전문기관은 20여 년 뒤인 2043년에는 최저 33만 명 선으로 병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군 접경지역 지자체들은 병력 감소가 피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양구군 역시 군 의존 경제를 탈피해 스포츠 관광도시라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년 100개 이상의 체육 관련 대회와 전지훈련을 유치하며 스포츠를 통한 지역 활성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종합스포츠타운 건립과 종합체육공원을 조성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취재 중 만난 한 자영업자는 "다들 지역 소멸은 시간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주민들의 노력과 다양한 해결책을 통해 소멸을 막을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접경지역 상권 회복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자영업자의 바람처럼 다양한 해결책이 나와 접경지역 상권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원해 본다.

점점 사라져가는 군부대 군 접경지역이 새로운 상권 활로를 찾아 다시 부흥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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