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저출산 장기화로 학령 인구(6~17세)가 급격히 줄며 문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인구가 적은 비수도권 학교들에서 행해진 폐교가 이제는 서울 도심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서울 도봉고등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이달 말 문을 닫는다. 2004년 개교 이후 20년 만이다. 서울 일반계 고등학교가 신입생 모집이 안 돼 폐교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수공업고등학교 역시 2월에 폐교된다. 덕수고등학교 행당분교(특성화 계열)는 올해 마지막 졸업식을 치렀고, 일반 계열은 지난해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했다.
서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수년 전부터 폐교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광진구 화양초등학교가 문을 닫았고, 그 이전인 2015년 금천구 홍일초등학교가 통폐합, 2018년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2020년 강서구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가 폐교됐다.
광진구의 화양초등학교는 지난해 폐교된 후 현재 운동장 일부를 임시 주차장으로, 나머지는 반려동물 산책로 등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건물은 서울시교육청이 리모델링해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2일 오후 화양초에서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던 한 주민은 "자녀들이 다 이 학교 출신인데 폐교 돼 마음이 안 좋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20살 오유준·도강수 군도 근처 산책을 나왔다가 이곳을 들렀다. 오 군은 "서울이 그래도 사람이 많은 도시인데 폐교되는 것을 보면 의아하기도 하고, 이 학교 나온 친구들은 모교가 없어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 군 역시 잇따른 폐교 소식에 "저출산이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의 출산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서울이 0.59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에 학령 인구도 점점 줄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올해 서울 공립초등학교 취학 대상자는 5만 9492명으로, 지난해 6만 6324명보다 10.3% 줄어든 수치다. 취학유예·홈스쿨링 등을 포함하면 실제 초등학교 입학 수는 취학 대상자보다 훨씬 적다.
입학생 숫자가 0명인 학교도 올해 전국에서 181곳에 달한다. 지난해 147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재학생이 남아 있어 당장은 아니지만 이런 추세라면 폐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어차피 폐교를 막을 수 없다면 이제는 이후의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행 폐교활용법(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선 폐교를 대부(貸付) 또는 매각할 때 교육용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귀농어·귀촌 지원시설 등의 특정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폐교 부지 활용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소멸이 지역 사회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도심 폐교의 효율적 활용 방안에 대해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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