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기획] 급증한 무인점포…'범죄에 무방비 돼버린 현실'


절도, 기물 파괴 등 매년 범죄 증가세
관리 부실…위생·유통기한 관리 엉망도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 상승률과 인건비, 부동산 임대료 폭등 등의 이유로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점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무인점포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점포가 많아지는 만큼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 아이스크림 할인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장윤석 기자

코로나 대유행 당시부터 몇 년 사이에 문구, 정육,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업종의 무인 점포가 증가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점포수 증가와 비례해 절도, 기물 파괴 등 크고 작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더팩트ㅣ장윤석 기자] 코로나19가 대유행할 당시 비대면 소비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배달업종과 함께 급성장했던 무인점포.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 상승률과 인건비, 부동산 임대료 폭등 등의 이유로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점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무인점포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점포가 많아지는 만큼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7월 5일 무인점포에 분실물로 있던 신용카드를 발견한 절도범이 사용이 가능한 카드인 걸 확인하자 카드를 들고 점포를 나서고 있다. /CCTV화면 점주 제공

◆ 끊이지 않는 '무인점포 절도사건'

최근 관리인이 없는 무인점포의 취약점을 노린 범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1~6월) 무인 매장 절도 건수는 총 2830건으로 2021년(월평균 351건) 대비 34%가량 증가했다. 폭행과 기물파손 등까지 합치면 무인 매장 범죄 건수는 수만 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는 늘어나는 반면 점주들의 신고는 소극적이다. 소액 피해가 대다수인데다 범죄 발각 가능성이 낮아 아예 신고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무인점포에는 절도 방지를 위해 CCTV가 설치돼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시의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를 받던 20대 남녀가 경찰에 검거됐는데 이들은 지난해 12월 한 무인 인형뽑기 점포에서 쇠막대기를 사용해 기계를 부순 뒤 그 안에 있던 물품과 현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무인점포를 턴 10대 중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들은 가위와 망치 등을 이용해 점포에서 현금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중랑구의 무인점포에서는 상습적으로 아이스크림을 훔친 8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 노인은 매장에 있는 검정 비닐봉지 2개를 뜯어 아이스크림을 넣은 뒤 계산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들고나갔다. CCTV로 이를 본 점주는 피해액이 25만원에 달하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해 붙잡혔다.

무인점포를 방문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절도 방지 경고문.

서울 강남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취재진에게 "도난 사고는 무인점포를 운영하면 어쩔 수 없이 끌고 가야 하는 일"이라 말하며 씁쓸해했다.

이어 "어린 학생들은 작은 물건 한두 개씩 훔쳐 가지만 30~40대 어른들은 범행을 계획하고 오기 때문에 큰 피해를 주고, 범행 수법도 가지각색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관할 경찰서에서 무인점포 도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방범 순찰 활동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절도범을 비난하면서도, 무인점포 점주들이 보안 대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경찰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무인점포는 도난 방지를 위해 출입 인증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도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 인증 장치 설치를 권장하고 있지만, 취재진과 만난 대부분의 점주들은 도입 비용과 도입 이후 출입이 불편해져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돼 도입을 꺼렸다.

은평구의 한 무인점포에 모자이크 없이 절도범이라 공개된 10대 청소년들. 매장 내 부착된 이미지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 절도범 얼굴공개 찬반 의견도 갈려

"요즘 어린 친구들은 물건을 훔쳐도 아직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아는 거 같아요."

취재진이 한 점주에게 무인점포를 운영하며 피해 당한 사실에 관해 물어보자 답답한듯이 말했다.

보통 절도 건으로 경찰에 넘겨지면 피해 금액의 50배 정도를 보상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직접 배상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피해 금액보다 더 큰 거 같다며 업주들은 애만 태울 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대부분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대신 범행 당시 CCTV 화면을 캡처해 본인이 운영하는 점포에 부착해 두고 '더 이상 저희 매장에 방문하지 마세요'라는 간접적인 의미로 활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점주는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4월 광주광역시 한 초등학교 앞 무인점포에서 도둑질하려던 학생들을 점주가 적발 후 학생들의 부모님과 변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학생의 마지막 글자만 가린 이름과 재학 중인 학교명, 학년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과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한참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온 동네 사람들 앞에 도둑으로 낙인찍었다는 의견과 아이들의 부모가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했다면 일이 이렇게 커졌겠느냐는 의견이 대립한 것.

실제 범행에 나서는 학생들의 나이가 14세 미만이면 촉법소년으로 형사사건에 입건되지 않는다. 사회봉사 등 보호 처분이 내려진다. 만 10세 미만일 경우에는 범법소년으로 따로 분류돼 보호 처분도 면제된다.

취재 당시가 2023년 12월 13일, 위 식품의 소비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2개월이라 표시되어 있지만 2022년 10월 12일 제조한 식품으로 두 달 이상 소비기한을 넘긴 식품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일부 무인 매장, 위생·유통기한 관리 '엉망'

취재진이 소비기한을 넘긴 제품을 파는 점포를 발견한 것은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옆 무인점포였다.

무인점포 특성상 상주하는 관리자가 없는 데다 여러 점포를 한 점주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위생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 점주가 많다. 하지만 무인점포 대부분 스쿨존과 주거지역에 몰려있는 특성상 더욱더 위생과 유통기한 관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무인점포는 위생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아 죽은 벌레 사체와 먼지가 쌓여있다.

누군가 버리고 간 귤껍질을 아이스크림 냉동고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직은 무인점포를 일반 업소와 구분해 관리하진 않지만, 주기적으로 위생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무인 식품 취급 업소별 지침을 보면 무인 카페는 △영업 신고 여부 △조리 기구 청결 관리 여부를 확인하고, 무인 편의점과 아이스크림 판매점은 △소비기한 경과 제품 △한글 표시 사항이 없는 제품 판매 여부 △냉장·냉동식품 보관 온도 준수 여부 등 점검 사항이 세분화됐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기존 식품위생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식품위생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유인 편의점조차도 식품의 위생 위반에 대한 지적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있는 무인 편의점은 관리법 및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안전과 편리성을 모두 확보한 무인점포 이용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무인 매장에 맞는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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