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르포] 유커 몰리는 북촌한옥마을, 오버투어리즘 '몸살'


엔데믹 후 늘어가는 외국인 관광객
북촌한옥마을 등 주요 관광지 '오버투어리즘' 논란
관광 편의시설 확충 필요

북촌마을지킴이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정숙히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북촌한옥마을 곳곳에는 소곤소곤 대화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더팩트ㅣ박헌우 기자] "아무래도 이사해야 겠어요..."

최근 북촌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길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은 코로나19의 엔데믹과 더불어 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중국 단체 관광객인 유커가 몰려들어 '오버투어리즘'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란 과하다, 넘다의 뜻을 가진 '오버(Over)'와 관광, 관광사업 등의 뜻을 가진 '투어리즘(Tourism)'이 합쳐진 합성어로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려들면서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6만 7000여 명이던 해외 여행객 입국자 수가 올해 들어 546만여 명으로 무려 408% 급증했다.

또 지난 2017년 중국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한 지 6년 만에 다시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급증으로 마을 주민들은 관광 혐오증인 '투어리즘 포비아(Tourism phobia·관광 혐오증)' 까지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 일요일, 마을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24일과 27일 북촌한옥마을을 찾았다. 24일은 종로구청에 설정한 마을 방문 시간(10:00~17:00)이자 '골목길 쉬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한옥마을 일대 골목에는 마을을 찾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북촌마을지킴이가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정숙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조용한 대화 안내 '북촌마을지킴이'... '쉿' 소리에도 관광객 통제 안돼

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조용한 대화를 안내하는 '북촌마을지킴이'는 큰소리로 대화하는 관광객에게 조용히 해달라며 손가락으로 '쉿' 모양을 해 보이며 조용한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고 이내 동네는 시끄러워졌다.

북촌마을지킴이는 마을 중심 거리의 첫 지점과 끝 지점, 두 곳으로 나뉘어 총 2명이 배치돼 있었다.

북촌마을지킴이가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정숙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북촌마을지킴이는 "우리가 여기서 조용히 안 시키면 관광객들이 마음대로 한다. 마을 입구에서 한번 여기서도 한번, 위쪽에도 한번, 총 세 번 조용히 시킨다"며 "조용히 해달라 요청하지만 바로 앞에 위치한 한옥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시로 항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은 말해주지 않으면 한옥에 주민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여기가 관광지인지 거주지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광객들은 대체로 협조를 잘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끔 "우리가 왜 조용히 해야 하냐?", "이 정도의 대화도 못 하게 하냐?"는 등 항의하는 관광객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북촌한옥마을 가정집 대문 앞에 정숙을 부탁하는 팻말이 놓여 있다.

평일인 27일 정오. 이날 북촌한옥마을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평일 관광객들의 대화 소리는 주말보다 더 심했다. 연신 '쉿'을 외치던 북촌마을지킴이는 힘이 빠졌는지 그들의 대화를 바라만 볼 뿐 제지하지 않아 마을은 소란스러워 졌다.

또 관광객들은 대문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대화하거나 웃고, 기념사진까지 찍고 있는 상황이어서 거주민들은 소음 공해를 입기 충분해 보였다.

북촌한옥마을 담벼락에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가 쓰인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취재진도 '쓰레기 투척' 목격

마을 곳곳에는 관광객이 버린 듯한 작은 쓰레기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문 앞이나 담벼락, 길바닥 등 쓰레기가 발견된 장소는 다양했다.

마을의 한 주민은 "쓰레기봉투를 바깥에 내 놓으면 관광객들이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기 때문에 대문 안쪽으로 들여 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지켜보면 안 버리는데 아무도 안 보면 쓰레기를 골목에 몰래 버리고 간다"며 하소연을 했다.

북촌한옥마을 담벼락에 빈 플라스틱 커피용기가 버려져 있다.

북촌한옥마을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실제로 취재진은 마을 거주민이 내다 놓은 쓰레기 더미 위로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놓고 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날 취재진은 마을 거주민이 내다 놓은 쓰레기 더미 위로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놓고 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다른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계속 버리고 있었다.

주택가 및 간선도로변에 담배꽁초, 휴지 등 휴대하고 있는 폐기물을 무단투기하다 적발됐을 때는 폐기물관리법 제8조(폐기물의 투기 금지) 제1항에 의거,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된다.

북촌한옥마을 담벼락에 마을 안내도가 붙어있다.

◆ 화장실 없어 외국인 불편..."준비 없이 관광객을 들이는 건 문제"

이곳 북촌한옥마을에서는 화장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 중간중간 위치한 안내도에는 주의 사항과 마을을 관광하는 순서만 나와 있을 뿐 편의 시설은 나와 있지 않았다.

46년간 이 마을에 거주한 한 주민은 "얼마전 초인종 소리에 나가 봤더니 외국인 관광객 3명이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다는 표시를 했다"면서 "멀리까지 찾아온 관광객을 생각해서 할 수 없이 집에 들여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한 관광객들 때문에 하루 종일 화장실 청소만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화장실은 준비해 놓고 관광객을 받아야지, 화장실도 없이 마을에 관광객을 들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주민은 시끄럽고 불편하다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집을 팔아야겠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북촌한옥마을 인근 대로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자칫하면 인명 사고 위험'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의 주차도 아쉬움 점으로 남았다. 관광객들을 내려준 버스는 다시 기존의 장소로 태우러 와야 하기 떄문에 그리 멀리까지 가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이날 북촌한옥마을과 가장 가까운 경복궁 관광버스 주차장은 이미 만차가 됐고, 경복궁 옆 도로까지 관광버스가 가득했다. 마을 입구 대로변도 몇몇 관광버스들이 주차하고 있었다.

이곳 인근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일대 도로는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었다.

북촌한옥마을 인근 대로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관광버스들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불법주정차 무인단속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듯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차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관광버스는 번호판을 가린 채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 대형 버스들이 줄지어 주차한다면 시야에 가려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정차 및 주차를 한 차의 고용주 등은 <도로교통법>제32조, 제33조, 제34조, 제160조 제3항에 근거해 ▲승합자동차 등은 13만원 ▲승용자동차 등은 12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편, 지난 5월 수원시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신호위반을 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길을 건너던 고 조은결 군을 버스가 치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해 재판부는 "신호를 준수하고 멈췄다면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며 버스기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바 있다.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대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내도 해외도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제주도도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들로 인한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이 대폭 증가하면서 이른바 '입도세'라는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또 해외에서도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다.

인구 5만 명인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인 베네치아는 올해 들어 약 5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은 극에 달하자, 베네치아 시의회는 2024년부터 관광객들에게 5유로(약 7000원)의 입장료를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대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종로구청은 지난 2018년 관광객의 몸살에 10:00~17:00까지 '마을 방문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며 일요일은 골목길 쉬는 날로 정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통행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에 불과해 주민들의 피해는 여전한 상태다.

북촌한옥마을 담벼락에 외부인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북촌한옥마을 담벼락에 조용히 해주세요가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앞으로 더 늘어날 관광객에 대비해 마을 방문 시간제한 의무화, 쓰레기통 설치, 마을 안내도 화장실 표시, 관광버스 주차장 확충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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