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르포] 日 오염수 방류 한 달, 다시 북적이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소비자 방문, 작년 추석과 비슷"
수협,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 매일 공개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서울시 식품정책과 직원이 방사능 검사를 위해 손질된 수산물을 수거하고 있다. 서울시는 주요 도매시장(가락시장, 노량진시장, 수협강서공판장)이 운영되는 월~토요일(휴무일인 일요일 제외) 유통된 수산물을 대상으로 매일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다. /이새롬 기자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 6층 식품안전센터에서 정재훈 수협 판매사업부 과장이 황동과 납으로 차폐된 원통 식품방사능측정기에 검체 시료를 넣고 있다. 측정은 1시간 소요된다.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일본 정부가 8월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전격 방류한지도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의 관심은 이 오염수가 언제 국내 바다에 도달할지와 함께 방사능 물질 확산,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여부 등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4-5년은 지나야 동해안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6~7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어 혼란은 가시질 않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2차 해양 방류를 5일부터 1차와 마찬가지로 7800톤 분량을 해수로 희석해 17일 동안 방류할 예정이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오염수 방류 시작 한 달, 그리고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5일.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현장의 모습과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은 오전부터 명절 준비를 위해 시장을 찾은 손님들로 제법 붐비는 모습이었다.

서울시 식품정책과 직원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방사능 검사를 위한 수산물을 수거하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락시장, 노량진시장 등 국내 및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한 시민이 판매장 통로 전광판에 표시된 수산물 방사능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시장 내부 곳곳에 '우리 바다, 우리 식탁 안전합니다', '우리 수산물 안전합니다' 등의 문구와 수산물 안전 정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판매장 통로 위 대형 전광판에는 매일 측정한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가 공개됐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곳곳에 수산물 안전정보 QR코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으면 손쉽게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은 오염수 방류에 맞춰 대응TF팀을 꾸리고, 방류 이튿날부터 직접 수산물의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TF팀원들은 경영기획부, 감사실, 판매사업부, 시장관리부 등 다양한 부서의 일반 직원들이다. 이들은 매일 판매장으로 들어온 활어·선어·패류 등 수산물 28종을 무작위로 선별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다.

노량진 수산시장 6층 식품안전센터에서 수협 판매사업부 정재훈 과장과 권유정 대리가 방사능 검사를 위해 당일 수거된 수산물 시료를 살펴보고 있다.

믹서기로 갈아낸 수산물 시료를 납·황동으로 차폐된 원통의 방사능 측정 기계에 넣는다. 측정기의 검사 시간은 1시간이다.

2대의 측정기에 각각 2종씩 검사하는 것을 1회로 봤을 때 7회(7시간)에 걸쳐 28종의 검사가 진행된다. 측정기의 0점 조절 및 안정화 작업, 시료 전처리, 정밀검사까지 모든 작업은 10~12시간 정도 걸린다.

정재훈 과장이 당일 판매장에서 수거된 수산물 시료를 믹서기에 갈아 측정 용기에 넣는 전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만 해도 익숙지 않은 회칼로 생물을 손질하느라 고충도 많았다.

권유정 대리는 "방사능 검사를 해본 사람들도 아니고, 기계에 대한 교육을 받고 적응하기까지 쉽지 않아 야근은 기본이고 밥도 못 먹을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한 달쯤 되니 작업에 제법 익숙해졌지만, 전처리부터 검사까지 쉼 없이 해야 퇴근 시간 전에 맞출 수 있다.

전처리가 끝난 수산물 시료는 납과 황동으로 차폐된 원통 식품방사능측정기에 넣고 검사를 진행한다. 측정 시간은 1시간이다.

그래도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은 모양새다.

권 대리는 "소비자들이 이런 검사표가 있는 줄 모르고 오셨다가, 전광판이나 QR코드를 통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매일 꾸준히 검사하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신다"며 "덩달아 홍보 효과도 된다"고 덧붙였다.

식품방사능측정기는 투과력이 강한 방사선이 뚫고 나오지 못하도록 납과 황동(구리)으로 차폐된 원통의 구조를 지녔다.

방류 한 달 동안 방문 소비자 역시 평소보다 더 늘었다고 말한다.

추석 대목에 맞춰 열린 '수산대축제'로 제철 수산물 할인 판매와 구입 금액에 따른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진행해 소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검사가 끝나자, 측정 결과표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이날 측정한 멍게에서 세슘과 요오드는 불검출로 나타났다.

상인들 역시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비슷하다는 반응이다.

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지난 추석과 비교해 손님이 많이 줄지 않은 것 같다. 오염수 방류 때문에 걱정 했는데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보며 (소비자들이) 안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수산시장에 머무는 동안 손님들이 꾸준히 판매장을 찾았고, 인기 있는 매장은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온누리상품권 환급을 받기 위해 줄 선 소비자들로 붐볐다.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달 25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활어를 구매한 한 60대 남성은 오염수 방류에 대해 "(그래도) 먹어야지 어떻게 하느냐"며 "계속 방사능 체크 한다고 하니까 믿고 사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소비자 역시 "(방류)한 달도 안 됐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이래 안 먹으면 뭐 먹나"라고 답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한 판매장에서 꽃게를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 상인은 "이제 본격적으로 (오염수가) 풀린다고 하는데, 매출이 떨어지면 정부가 지원해 주는 대책도 없이 무조건 방류해버리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산물을 구매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 환급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명절 준비를 위해 찾은 손님들로 활기 띤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달 오염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수산물 소매 동향과 수산외식업 동향 분석 결과 '오염수 방류 이후 우려하던 것만큼의 수산물 소비 위축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을 투입한 소비 독려와 할인행사 개최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낸 소비이기 때문에 얼마나 지속적일지 미지수인데다, 무엇보다 국민이 우리 수산물을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유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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