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남윤호 기자] "시민 여러분, 상인 분들은 우리 유가족들과 같은 참사의 피해자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이태원 상인 분들이 힘든 와중에도 우리 아이들, 가족들을 애도하고 기억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줘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태원 상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걱정하며 "참사 피해자인 상인들에 대한 대책과 조치 마련에도 함께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태원 참사 유족과 이태원 상인,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손을 잡고 얼어붙은 국화를 떼어내며 참사 현장의 재단장 작업에 나섰다.
안타까운 사고 현장이 추모 공간으로, 또 상처받은 이태원 거리의 회복을 염원하며 세 단체가 영하의 한파 속에서 함께 힘을 모았다.
모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거리의 상처가 회복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상인들에게 '연말 최고 대목'이라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이태원 거리를 다시 찾았지만 흔하게 울려 퍼지는 캐럴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모여있는 몇몇 주점에만 사람이 모여있을 뿐 거리의 절반은 일찍이 문을 닫고 장사를 접었거나, 코로나 팬데믹 때 비워진 점포들이 아직까지 을씨년스럽게 폐점포로 남아있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매장 밖에 나와 호객 행위를 하던 접객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이태원 참사 전에는 7시부터 8~9시면 사람이 붐비는 수준이었는데 오늘은 많이 없는 것 같다"며 "평상시보다 사람이 없고, 오늘은 3팀 정도밖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점, 식당, 카페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한 주점의 직원은 이날 영업 상황에 대한 질문에 "불이라도 켜놔야 상권이 산다. 오늘은 그냥 사람이 없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태원 상인들의 고통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흔에 안타까운 참사까지 겹쳐진 상처다. 이태원 거리 곳곳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문을 닫은 점포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 거리에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다.
취재진이 만난 상인들 모두 매출이 80%에서 90%까지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점주는 "(상권이)다 죽었다. 너무 힘들다. 사람이 있는 데가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이태원 상인들에 대해 "심리 지원과 생계 지원 모두 절실하지만 방치됐다. 용산구과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책과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의 '또다른 피해자'인 이태원의 상인들.
이들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물론, 이태원을 찾았던 시민들의 발걸음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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