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알바, 저녁엔 사장님!'...벼랑 끝 자영업자의 '찐'생존기 [TF포토기획]

경기도 안양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성수(38) 씨가 오전에는 아르바이트로, 오후에는 호프집을 운영하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안양·의왕=임영무 기자

'월 매출 10분의 1로 곤두박질'... 투잡 수입으로 가게 월세 내기도 벅차

[더팩트ㅣ안양·의왕=임영무 기자] "바보가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코로나19 이후에는 또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지만 울 힘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진 않겠습니다."

경기도 안양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수(38) 씨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직원도 두며 장사의 재미도 맛봤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가게 매출이 급격히 줄어 생계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하루에 두 가지 직업을 오가면서도 희망의 끈은 끝까지 붙들고 있다.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상향 이후 4인 인원제한 탓에 매출은 반토막 났다. 이후 2인 이상 모임금지와 더불어 영업시간이 오후 10시에서 9시로 단축 되면서 매출은 90%까지 떨어졌다. 새 메뉴를 내놓고 가격도 낮춰 봤지만 영업시간 제한은 김 씨의 발목을 잡았다. 매출 없는 날이 이어지자 오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호프집 사장님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투잡' 생활을 시작했다.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절망을 떨치고 일어나 '코로나 극복'을 선택한 김성수 씨. <더팩트>는 절망 대신 희망을 택한 그의 '코로나 생존기'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의 실상을 조명한다.

김성수 씨가 지난 8월 매출 총액을 확인하며 한숨을 짓고 있다. 8월 한달 매출은 카드와 현금을 합쳐 187만6000원 이 전부다.

호프집에서 마주 앉은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동네에서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단골 손님들이 많이 오셨어요, 그때는 월 1800만 원씩은 벌었죠. 그런데 8월 한 달 매출 180만 원이 찍힌 걸 보니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라며 막막했던 당시의 허탈한 심정부터 토로했다.

김 씨가 2일 오후 평소 같으면 퇴근길 직장인들로 가득할 테이블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달 150만 원이나 하는 월세도 6개월째 밀렸다. "이 지경이 됐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매출은 바닥이고 가게를 접을 생각에 부동산에도 내놓았지만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요" 라며 한숨 지었다.

텅빈 홀에 앉아 기자와 마주한 김 씨가 과거를 회상하는 말을 하던중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모든 자영업자가 힘들겠지만 특히나 2차 장소인 호프집은 그야말로 폐업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너무 힘들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있다고 했다. "하루는 집에 있는데 갑자기 울컥 하면서 눈물이 나오는거에요 그런데 그 모습을 아내가 보고 말았죠." 아내는 그런 그를 보고 "울 힘으로 열심히 살아보자"며 위로해 줬다고 했다. 착찹한 심정으로 인터뷰를 하던 그의 얼굴에 가족 이야기로 잠시나마 미소가 번졌다.

김 씨가 6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한 대형쇼핑몰 공사현장에서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6일 그를 경기도 의왕의 한 쇼핑몰 건설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한눈에 보아도 무거워 보이는 여러 개의 박스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어느새 그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

안주를 만들고 맥주를 따르던 김 씨의 손은 인테리어 소품인 조화를 다루고 있다.

철제 사다리를 어깨에 짊어지고 옮기는 김 씨.

김 씨가 6일 경기도 의왕 한 대형쇼핑몰 건설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땀으로 젖은 그의 등이 고된 아르바이트를 대변하는 듯하다.

조화 손질 작업을 하던 그가 본인을 찍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색한듯 미소를 짓고 있다.

김 씨가 6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한 대형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친뒤 벽면에 새겨진 해버굿타임 문구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다. 그는 언제쯤 굿타임을 즐길 수 있을까?

그에게 투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했다.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거리두기 상향으로 매출이 줄어들자 아르바이트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호프집 운영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자리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지인의 도움으로 가게 오픈 전까지 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손에 쥐는 일당은 10만 원 초반. 그는 "오늘 가게 손님이 없으면 빈손으로 집에 갈 텐데...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다행이죠"라며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의왕에서 오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안양 호프집으로 옮긴 김 씨가 손님 맞이를 하고 있다. 나도 손님들도 빨리 코로나19 없는 세상이 다시 오기를 바라면서 NO 코로나19 문구를 보이게 설치했다.

김 씨가 오랜만의 배달 주문에 음식을 들고 신나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요즘은 손님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게 문을 열었지만 손님의 발길은 없다. 김 씨가 하염없이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방역도 빼놓지 않는다. 손님이 없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테이블을 소독하는 김 씨.

고민에 빠진 그가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어린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잠시나마 여유를 가져본다.

영업종료를 30여 분 앞둔 밤 9시30분. 오늘도 기다리던 손님은 없었다. 마감 청소를 앞두고 뉴스를 시청하는 김 씨.

김 씨처럼 투잡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투잡이라도 구한 경우는 오히려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했다. 버티고 버티다 폐업을 하는 가게도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져 더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 가운데 '투잡' 자영업자는 15만 5000명으로 전년 동기 13만2000명에 비해 17.4% 증가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7월 기준 최대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제한이 이어지자 김 씨처럼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를 찾아 투잡을 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땀으로 흠뻑젖은 김 씨가 오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본업인 호프집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지금 자영업자분들에게 위로 될 만한 말이 없어요, 손님이 다시 찾아오는 게 유일한 위로죠" 라며 텅빈 테이블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손님들이 오셔서 가게 걱정, 장사 걱정 해주실 때 다시 힘을 내본다" 며 말하는 그는 "저도 최대한 버틸 거예요 가족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버틸 생각입니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같은 처지의 자영업자들에게 말했다.

"자영업자 여러분! 힘든 날이 있으면 기쁜 날도 있다고 하잖아요. 우리 끝까지 버텨봅시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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