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남용희 기자] "비대면 수업으로 등교를 안 하니 자취를 할 이유가 없어요."
코로나19의 장기화 영향으로 2021학년도 대학가 자취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대유행이 일어나기 전 매년 3월, 대학가에는 기대와 설렘을 가득 안고 입학한 신입생들로 북적였고 이들이 뿜어내는 젊음의 에너지는 보는 이들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의 영향으로 신입생들의 이런 설렘과 활기, 캠퍼스의 낭만을 찾아볼 수 없다. 또 동기들의 얼굴도 다 알지 못한 채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2021년 새 학기를 맞게 됐다.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닌 셈이다.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자 신입생과 복학생들로 꽉 찼던 대학가 자취촌 대부분이 공실로 변했다. 강의실에서의 대면 수업이 없어 자취를 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취재 중 만난 한 대학생은 "요즘 대부분의 수업은 비대면이고 실습이 있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학교에 온다. 지방에 살고 있어 학교 오는 게 귀찮을 때도 있지만, 자취 비용보단 교통비가 더 저렴하고 요즘 같은 시국에 바람 쐰다는 기분으로 학교에 오면 다닐 만 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에 위치한 대학교 일대에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보다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이 더 많았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주변 상가와 자취방은 임대 및 폐업 안내문과 공실로 인해 입주자를 구하는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흑석동 중앙대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게 코로나 이후 대학가 자취촌 상황에 대해 묻자 "예전에는 가격이 조금 높아도 금방 나가는 신축 건물이나 풀옵션 원룸, 투룸도 요새는 거의 다 비어있어요. 공실률이 절반... 아니 60%가 넘어요" "예전엔 방이 없어서 문제였는데 이젠 학생들이 없어서 문제예요. 학생 자체가 없으니까 월세를 내려도 뭐..."라며 말을 흐렸다.
다른 대학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포구 서강대 인근의 원룸 주인 A씨는 "우리 원룸이 신축은 아니지만 학교랑 가까워서 코로나 이전까진 공실이 거의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빈방 헤아리는 것보다 사람 있는 방 세는 게 더 빠를 정도니 말 다했죠"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느새 코로나 사태도 1년이 지났고, 학생들로 북적이던 대학가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지키는 사람 없는 대학가가 우리에게 더 익숙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위안이 되는 소식이라면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및 관계부처가 2분기 접종 운영에 대비해 모의훈련까지 실시하며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3월 대학가에 매섭게 부는 코로나 칼바람이 하루빨리 그치고 예전처럼 설렘과 활기, 웃음이 가득한 따뜻한 대학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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