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달동네…'이 모습도 이제 역사속으로' [TF사진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사는 조병길 (80) 할아버지가 4일 취재진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이 본격 재개발 된다.

서울시는 중계본동 30-3 일대 총면적 18만6965㎡의 '백사마을 재개발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을 인가·고시한다고 4일 밝혔다. 개발구역 해제와 2009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 지정 후 12년 만이다.

백사마을은 1960~70년대 서울 도심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밀려난 철거민들이 불암산 밑자락 구릉지에 모여 마을을 형성한 곳이다. 물도 전기도 없던 이곳에 철거민들이 하나둘 옮겨오면서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불암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백사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철거민 이주지역이 아파트 단지로 개발됐지만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 2008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돼 정비사업이 가능해졌으나 설계안의 층수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오랜 기간 개발을 추진하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와 노원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민이 2017년 10월부터 33번의 회의를 거친 끝에야 어렵사리 정비계획을 수립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한 주민이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예정대로 완공되면 2025년 상반기 백사마을은 공동주택 1953가구, 공공임대주택 484가구 등 총 2437세대 규모의 상생형 주거단지로 변신한다. 현재 백사마을에서 총 597가구 중 394가구(약 66%)가 이주한 상태다.

백사마을 곳곳에는 마을 벽화사업으로 조성된 다양한 그림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벽화들을 통해 백사마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난방 취약 지역인 백사마을은 아직도 집집마다 연탄을 쓰고 있다.

40년째 백사마을을 지키고 있는 현대이발관. 수십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발소의 내부의 모습이 정겹다.

40년째 이곳에서 이발소를 운영해 온 A 씨. A 씨는 재개발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이곳을 떠나게되면) 이발소를 그만둬야하나... 일단은 개발을 한다고 하니까 그때까지는 있어야지"라고 씁씁하게 말했다.

1990년에 백사마을에 들어와 세탁소를 운영하는 전병종 씨는 남다른 세탁 기술로, 중계를 비롯해 도봉·노원·중랑 일대 경찰서 세탁을 도맡고 있다.

백사마을에서 31년째 세탁소를 운영 중인 전병종 씨는 재개발 소식을 반기는 입장이다.

중계본동주택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 대표위원로도 활동하고 있는 전 씨는 "(재개발정비사업) 인가가 떨어졌지만, 시공사 선정이나 보상 문제라든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면서도 "(재개발이 되면)불암산 자락에 위치해 녹지가 많고 공기가 좋아 선호도가 높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탁업 외에도 연탄 봉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주민들과 정을 쌓아 온 그는 "아파트를 짓는다, 안 짓는다 하며 기다리다 결국 이 마을에서 인생을 마감하신 동네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먼저 세상을 떠난 주민분들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백사마을 주민대표로도 활동 중인 전 씨가 주택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 자료집을 내보이고 있다.

마을 곳곳에 공가안내문이 붙어 있다. 현재 597가구 중 394가구가 이주한 상태다.

한 거주민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무너진 돌담 사이로 대화를 나누던 주민이 카메라에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다.

빈집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표시돼 있다. 마을을 꾸미기 위해 그려진 벽화에도 빨간 동그라미가 쳐졌다.

마을 한켠에 개발제한구역 표석이 남아 있다. 백사마을은 2008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돼 정비사업이 가능해졌으나 그동안 낮은 사업성과 주민 갈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모두가 떠나고 허물어진 집안 내부, 벽에 걸린 가족사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까지 온 가족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촬영한 추억이 담긴 사진은 결국 주인을 따라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 남았다.

또 다른 빈집 우체통에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안내문이 담긴 봉투가 그대로 꽂혀 있다.

5~60년 전 철거민으로 들어와 이곳에 정착한 장 씨 할머니. 할머니가 연탄난로를 쬐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사마을 초창기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장 씨 할머니. 장 씨 할머니는 재개발 소식에 "되면 되는가보다 하고 있어. 이곳에 얼마나 살았는데 그걸 못 기다릴까"라고 말하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아들이 9살때 여기에 왔는데, 이제 그 아들이 62살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할머니는 목공소를 운영해 온 남편을 4년 전 떠나 보내고 혼자 이곳을 지키고 있다.

목공소를 운영하던 할아버지를 4년 전 떠나 보내고 혼자 이곳을 지키고 있다. 장 씨 할머니는 이곳에서 3자녀를 키워냈다.

49년째 이 마을에 거주하는 조병길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수십년 새마을운동 활동으로 받은 기념메달을 공개하고 있다.

49년째 거주 중인 조병길 할아버지는 그간 재개발로 인한 희망고문 때문인지 이번 재개발 소식에 부정적이다.

조 할아버지는 "반신반의한다. 선거 앞두고 며칠전 갑작스레 재개발 소식을 들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대통령 당시 이곳을 다녀갔고, 고건 전 시장 역시 이곳을 찾아 기념촬영도 했었다"며 "남아 있는 사람들의 걱정은 재개발되면 다행인데 또 밀려나면 3~4년동안 또 헛고생 해야한다"고 염려했다.

할아버지가 건강을 위해 하루도 빼먹지 않는다는 근력 운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근육운동은 건강 장수의 첫걸음, 잊으면 환자가 된다는 할아버지의 메모가 눈길을 끈다.

식당 인근 주민들이 모여 늦은 점심을 함께 하고 있다. 이웃 간의 정이 사라진 요즘, 오순도순 식사하는 백사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의 핵심은 바로 ‘보전’이다. 낡은 저층 주거지는 개발하면서도 마을의 특성과 과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것이다. 마을 공동체와 주거지 특성을 살려 재생을 하겠다는 것인데, 전국적으로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다.

백사마을 재개발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마을 안에는 마을전시관도 들어선다. 서울시가 ‘생활문화유산 기록·발굴 사업’을 통해 약 2년간 수집한 백사마을 관련 자료·사진, 생활물품이 이곳에 공개될 예정이다. 마을의 현재 지형과 건물 내·외부, 골목, 벽 등을 3차원으로 기록한 3D 스캐닝 자료도 볼 수 있다.

시는 올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 관리처분 계획인가 후 착공할 계획이다. 완공 목표일은 2025년 상반기로, 백사마을은 4년 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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