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되는 코로나19, 자영업자와 상생할 수 있는 방역 정책 절실'
[더팩트ㅣ이동률 기자] "문 열었어도 힘든 건 여전하네요."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자 집합금지 조치가 일부 해제됐다. 지난달 18일부터 수도권 지역 실내체육시설은 이용 시설 면적 8㎡(약 2.4평)당 이용 인원 1명으로 제한하는 조건 아래 문을 다시 열게 됐다. 이번 조치로 실내체육업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종사자들은 예전 매출을 회복하지 못해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10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폴댄스 학원에서 만난 원장 이지민 씨는 텅 빈 공간에서 홀로 운동을 하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실내체육업의 영업이 재개됐지만 지속되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신규 회원 유입이 어렵고, 기존 회원 수도 줄어 수업을 정상 가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2차, 3차 유행 당시 대부분 실내체육시설은 몇 달간 영업하지 못했다. 다수의 업계 종사자들은 예전과 같은 매출을 회복하려면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직도 영업 못 하는 일부 업종들
실내체육시설 중 줌바와 태보, 스피닝, 에어로빅 등 소위 그룹운동(GX)은 여전히 영업을 못 하는 실정이다. 스피닝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김 씨는 8일 취재진과 만나 "장기간 영업을 못 해서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한다"며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그동안 영업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 적자가 심해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것 같다"며 힘든 상황을 전했다.
또 김 씨는 최근 IM선교회 국제학교로 인한 대규모 집단감염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보냈다. 김 씨는 "그간 코로나 대규모 유행의 중심에는 항상 종교시설이 있었다. 왜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 강화는 하지 않으면서 실내체육시설에만 규제를 더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업계 다수 사람이 김 씨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들은 다시 영업하더라도 장기간 쉬었기 때문에 예전 매출 세를 회복하기는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문 열었지만 불안감에 등원 주저하는 회원들
다시 문을 연 시설 역시 열악한 사정이었다. 신규회원 유입이 감소하고 기존 회원들 역시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폴댄스 학원을 운영하는 이지민 씨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최근 다시 학원 운영에 들어갔지만,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 씨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강의실에서 홀로 폴댄스를 연습하며 다음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균 수업 인원이 5명 미만일 정도로 적은 인원으로 수업이 진행됐지만, 이 씨는 수강생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학원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기구 소독은 물론이고 수업을 할 때도 창문을 모두 열고 난방기를 가동하면서까지 수업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몇 회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해 학원 등록을 연장하지 않고 그대로 운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어 일부 회원들은 등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그대로 매출에 영향을 준다. '예전과 같이 회복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씨는 "백신이 나오긴 했지만, 변종 바이러스라는 변수도 생겼다. 못해도 1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방학이 됐어도 신규회원 없는 태권도장
어린 수강생들이 많은 태권도장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180평 규모의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정대환 관장에게 올 한해는 너무도 다르다. 평소 같았으면 초등학교 방학기간을 맞이해 신규 회원을 모집한데 여념이 없어야 하지만 올해는 한가했다. 태권도장의 경우 겨울방학인 1월부터 개학철인 3월까지가 성수기다. 신입회원을 대부분 이때 모집하지만, 올 1월 등록한 회원은 단 한 명이다. 과거에는 1월에만 20명이 넘게 등록했었다. 정 관장은 1명만 등록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한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정 관장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회원이 220명 정도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60명 수준이다"라며 "다시 문을 열어도 젊은 사범 선생님들에게 월급 줄 돈조차 부족해 빚을 내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태권도장에는 넓은 교실이 두 곳 있지만, 한 곳은 지금 문이 굳게 닫혔다. 180평의 큰 규모로 운영하는 만큼 코로나로 인한 타격은 더 크게 다가온다. 높은 임대료와 전기세 등 고정비용으로 정 관장에게 돌아오는 돈은 거의 없었다.
정 관장은 "운동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습관이기 때문에 한 번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코로나 확신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향후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방역을 실시할 때에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지침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업종별 '맞춤 방역지침' 필요
이처럼 다시 문을 연 실내체육업계의 상황은 좋지만은 않았다. 종사자들은 영업 재개를 허락한 정부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시 코로나가 유행할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오랜 기간 내려진 집합금지 조치는 영업 재개 후에도 영향을 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종사자는 "집합금지 조치는 당장 영업을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영업을 해도 영향을 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조치다"며 "향후 집합금지가 필요한 상황에는 업종별 맞는 보상 대책을 수립한 뒤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백신의 등장으로 코로나19는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바이러스의 변이성 만큼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에 향후 방역당국은 조금 더 합리적인 방역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눈물흘리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지침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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