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토기획] "네가 있어 행복했어!"...반려 동물과 '준비된 이별'

15일 오후 김포시 통진읍에 있는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보호자들이 반려견(사모예드)의 장례식을 치르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김포=이선화 기자

반려인이라면 알아야할 반려 동물 장례식 절차와 방법

[더팩트ㅣ이선화 기자]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세요?"

5년째 포메라니안을 키우고 있는 한 애견인에게 이렇게 묻자 "글쎄요...잘 모르겠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함께 있던 또 다른 애견인 역시 고민 끝에 "쓰봉?(쓰레기봉투)"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반려동물 천 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반려동물의 사후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반려인은 적다. 특히 처음 키우는 반려인일수록 반려동물의 죽음을 '막연한 미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키우던 동물이 죽었을 때 뒷산에 묻었다. 당시에는 동물을 땅에 묻는 행동이 사회적 관습이었기에 반려동물의 사후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2020년 지금은 다르다. 동물 사체를 묻어서 적발됐을 시 동물보호법과 폐기물관리법에 의거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유지라도 사체를 잘못 매장하면 불법이다.

그렇다면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이 떠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의거 의료폐기물로 분류해서 폐기물 처리하거나,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보호법상 동물 장묘업체에 의해 화장 처리해야 한다. 아무리 합법이라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폐기물 또는 쓰레기봉투는 영 탐탁지 않다. '동물 장묘업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동물에게 장례식이라는 것이 어쩐지 생소하기만 하다.

사실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 서비스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문화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의뢰해 화장을 할 수가 있고 반려동물 전용 공동묘지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일부 회사에선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휴가를 보장해주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2008년부터 동물장묘업을 제도적으로 규정했으며 2020년 12월을 기준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 총 55개의 동물장묘업체가 등록돼 있다.

15일 오후 김포시에 위치한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사모예드, 10살)이 관계자 및 보호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염을 하기 전 관계자들이 반려견의 굳은 몸과 다리를 곧은 자세로 만들기 위해 안마하고 있다.

이후 반려견의 몸을 깨끗하게 닦기 위해 소독된 솜과 거즈를 이용한 염 절차를 진행한다.

동물장례는 사람과 비슷한 절차로 진행한다. 김포시에 위치한 한 동물장묘업체 관계자는 사람과 동물의 장례절차가 "대동소이하다"라고 말하며 "깨끗하게 염을 하고, 수의를 입히고,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작별의 시간을 가진 후에 보호자의 인사가 끝나면 화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화장 후 절차에 대해서는 "유골함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고 봉안당을 이용하거나 근처(산골)에 뿌려주기도 한다"라며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유골을 메모리얼 스톤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차이점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사람의 경우) 100% 수의를 입고 입관을 하는 게 하나의 절차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수의나 관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는 보호자도 있다"고 답했다.

화장하기 전 반려동물과 작별의 시간을 갖는 보호자들.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막연한 미래로 인식하고 그 사실을 부정한다. 그러나 준비없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게 된다면 불법업체·중계업체에 당하거나 심할 경우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사고, 노환 등으로 죽었을 때 느끼는 우울감이나 상실감)에 걸릴 수도 있다.

반려동물과 보내는 마지막 순간.

작별의 시간이 끝난 후 습 절차에 들어간 관계자들. 반려동물 수의는 다양하게 준비돼 있지만 사람의 경우와 달리 필수절차는 아니다. 업체 관계자는 좋은 수의와 유골함도 좋지만 경제적 형편에 맞게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만 해주면 된다고 당부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대부분 비슷한 절차를 따른다. 동물 장례식이라고 해서 특별히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다는 의미다. 등록된 장묘업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러줄 수가 있다.

그럼에도 장묘업체 이용자 수는 전국 반려인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업체 관계자는 "(장묘업체 이용자 수에 관한)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통계치가 없기 때문에 업체마다 다르게 본다"라며 "8% 또는 10% 미만으로 추측하는 사람도 있고, 10%~15% 보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10%가 안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합법 장묘업체를 이용하면 보호자들이 직접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불법 혹은 중계업체들은 화장과정을 공개하지 않거나 화장시 환경문제를 유발하거나, 추가비용을 강요하니 주의해야 한다.

보호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화장의 과정

또한 CCTV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화장이 끝나면 반려동물의 유골은 유골함에 담긴다. 유골함의 종류는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저렴한 기본 유골함에 보관해도 되고, 땅에서 분해가 되는 옥수수전분이나 황토로 만든 유골함을 선택해 땅에 묻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사후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는 것이 애견인들의 공통된 현실이다.

애견인들에게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은 비슷했다. "아직 확 와닿지 않아서" "아직 막연한 미래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혹은 "장례업체를 알아본다는 것 자체가 아픈 아이에게 못 할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등이다. 반려인 대부분이 반려동물의 죽음을 부정하고 회피한다. 그러나 준비 없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게 된다면 불법업체·중계업체에 당하거나 많은 후회를 남기거나, 심할 경우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사고, 노환 등으로 죽었을 때 느끼는 우울감이나 상실감)에 걸릴 수도 있다.

업체 관계자는 "(행복하게 반려동물을 보내주기 위해서) 내 아이의 죽음을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또한 "반려동물이 사망했다고 바로 화장할 필요는 없다. 2~3일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늘한 곳에 패드를 깔아 안치한 후 마지막으로 목욕도 시켜준 후에 천천히 장례식장을 방문하면 후회가 좀 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의 유골함은 직접 데리고 가도 되고, 봉안이 가능한 업체의 납골당을 이용해도 되며, 스톤으로 제작해 보관하거나 장묘업체(산골)를 통해 뿌려줘도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장묘업체 중 일부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납골당이 마련돼 있다.

봉안이 가능한 장묘업체의 납골당 모습. 반려동물의 사진과 물품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유골을 스톤으로 제작하는 경우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도 가능하다.

스톤으로 제작된 유골의 모습. 업체 관계자는 스톤으로 만들어서 일종에 소장품처럼 곁에 두다가 다시 빻아서 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오래오래 소장해도 무방하다.

합법업체에서 장례를 진행할 경우 화장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행복한 이별은 나의 반려동물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업체 관계자는 2~3일 정도 충분히 시간을 갖고 서늘한 곳에 패드 깔고 마지막으로 목욕도 시켜준 후에 천천히 장례식장을 방문하면 후회가 좀 덜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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