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2.5단계 격상, 밤 9시 이후 '셧다운' 서울 도심 풍경
[더팩트ㅣ임세준 기자]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밤을 집어삼켰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삼삼오오 모여 다가올 한 해를 축복하며 웃고 떠들던 모습은 2020년 세밑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
겨울에 접어들자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우려한 대로 폭증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0시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5인 이상 집합‧모임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며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격상했다. 또 3차 유행의 기세를 확실히 꺾겠다며 성탄절은 물론 신정 연휴 겨울스포츠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주요관광명소를 폐쇄하는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을 실시 중이다.
여기저기 밖을 돌아봐도 우리가 여가를 즐기기 위해 머무를 수 있는 장소는 없다.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연말 서울 도심의 저녁, 업소들은 밤 9시를 기해 일제히 문을 닫았다. 영업을 종료한 지 30분이 지나지 않아 광화문과 명동, 강남역, 이태원 등 대부분의 번화가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텅 빈 거리. 편의점 등 거리두기 예외 업종에 해당하는 가게들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환하게 불을 켜 놓았지만, 손님이 없는 휑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영화 속 '유령도시'의 한 장면 같다. '블랙 아웃'된 서울의 세밑 도심 풍경을 조명했다.
을지로와 여의도, 테헤란로 등 야근으로 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던 빌딩 숲도 9시 이후엔 대부분 불이 꺼져 있다. 밤낮 구분이 없는 다국적기업들의 업무지구조차 재택근무와 비대면 업무로 인해 텅 비어 적막한 모습이다.
골목 구석구석의 텅 빈 도심. 불 꺼진 모습뿐 아니라 점포들이 이미 가게를 뺀 흔적도 많이 남아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거리두기 기간에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의 흔적이다. 아날로그가 사라진 자리엔 배달앱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생태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국의 밤은 흔히 '역동적'이라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멈춰버린 도심은 이미 이를 잊은지 오래다. 바이러스의 위험이 사라지고 우리의 일상생활이 마스크 없던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모든 것이 예전처럼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을까. 지금도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1000여 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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