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문 대통령, 추미애 장관의 총장 징계안 재가...'정직' 윤 총장, 서초동 식당에서 검찰 관계자와 저녁 모임
[더팩트ㅣ이효균·남윤호·이덕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안을 재가한 '운명의 날', 윤석열 총장은 조남관 차장검사를 포함한 검찰 관계자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갖고 후속 대책과 향후 행보를 논의했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정직 2개월'의 징계 의결 내용을 재가한 16일 오후 조남관 차장검사 및 후배 검사들과 서초동 자택 지하의 식당에서 2시간여 동안 저녁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과 업무 공백에 따른 갖가지 현안 등을 챙기는 장면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총장 정직으로 다시 직무대행을 맡게 된 조남관 차장검사는 지난 8월 1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두 번째 검찰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을때 추 장관을 가까이서 보좌하던 인물 중 한 명이다. 최근 추미애 장관이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윤석열 총장 징계를 추진하자, '대검 2인자'인 조 차장은 "징계는 과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며 사실상 윤 총장 편에 섰다.
윤 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가 재가되면서 대검찰청은 다시 조남관 차장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날 오후 6시 5분쯤 관용차량을 타고 대검찰청을 빠져나온 윤 총장은 오후 6시 40분쯤 서초동 주상복합 아파트 자택에 도착, 조남관 차장검사를 포함한 검찰 관계자들과 합류했다. 이날 모임은 '헌정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징계가 있었던 만큼 대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오후 9시쯤 자리를 해산했다. 일행들보다 10여 분 정도 먼저 자리를 뜬 윤 총장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집으로 걸어 올라갔다.
극한 대립을 이어온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은 추미애 장관의 사의 표명과 윤석열 총장의 정직처분에 이은 법정 다툼으로 새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윤 총장과 극한 충돌을 이어왔던 추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추 장관 사의 표명 배경과 관련, "본인이 그동안 추진한 중요한 개혁 입법이 완수됐고, 아마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사료된다"며 "먼저 자진해서 사의 표명을 했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은 징계에 승복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정직 2개월이란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론이 나온 지 약 4시간여 만에 특별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를 통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징계 재가 다음 날인 17일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16일 오후 6시 30분 문 대통령이 추 장관으로부터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징계 의결 내용에 대한 제청을 받고 재가했다고 발표했다.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징계 제청을 하면 대통령은 재량 없이 징계안을 그대로 재가하고 집행하게 된다. 대통령이 재가하면, 징계 효력이 발생한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이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무부 징계위는 15일부터 16일 오전 4시까지 심의를 거쳐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윤 총장의 6개 비위 혐의 가운데 △법관 사찰 의혹 △채널A 사찰 및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의심으로 인한 품위 손상 등 4개 혐의가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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