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은 처음입니다...IMF 때보다 더 힘드네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또 직격탄...폐업 속출, 공실 급증 현장
[더팩트ㅣ이동률 기자] 지난 1월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8개월간 우리 사회 깊숙히 자리잡은 코로나19는 대한민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송두리째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철저한 방역이 이뤄져 확진자의 수를 억제시켰다고 해도 사람들의 불안 심리와 이로 인한 소비 위축은 시장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광복절 광화문 집회의 영향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한 이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노래방과 PC방, 실내체육관, 결혼관련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하지 못한 채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2단계로 완화된 이후에도 이들 업종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IMF 당시보다 힘들다고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현장을 취재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많은 사람들이 오갔던 서울의 상가들은 온데간데 없이 공실만 가득했으며 곳곳에 붙어있는 매매 안내 게시물과 텅 비어 있는 공실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힘겨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실제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난 2분기 서울의 상가 수가 37만321개로 1분기(39만1499개)보다 2만1178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업 상가의 경우 1분기 13만 4041개에서 2분기 12만 4001개로 1만 40곳이 문을 닫았다. 전국적으로 폐업 행렬이 이어지면서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12%로 이는 지난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실률이 증가함에 따라 일부 건물주들은 보증금 없이 일정 기간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임차하는 '깔세'까지 이용해 공실률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거센 코로나19의 여파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단순한 통계뿐만 아니라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자 매장에서 사용된 중고 주방용품과 가구들이 시장에 매물로 올라왔다.
그동안 황학동 주방거리는 폐업하고 창업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 외식업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장소로도 여겨져 왔지만 신종 코로나19로 인해 가게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이곳 상인들 역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중고로 들어오는 주방기구들과 가구들이 전혀 판매되지 않고 매장에 쌓여만 있기 때문이다. 간간이 물품을 보러오는 고객들은 주로 외국인이었으며 그마저도 주방기구가 아닌 의자와 탁자와 같은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광주광역시에서 한 카페를 운영하는 양 모 씨는 최근 운영했던 카페의 영업을 잠시 중단하고 두 달 여간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눈에 띄게 감소한 매장의 매출 때문이다. 양 모 씨는 "코로나19 초창기때만 하더라도 영업에는 큰 지장이 없었으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매출이 곤두박질 쳐 업종 변경을 결심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매출감소로 업종변경을 시도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자영업자들도 있으나, 업종변경을 위한 리모델링 및 투자 비용이 적은 금액이 아니라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많은 체육시설들이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졌기 때문이다. 올초 대구발 코로나19 확산 당시만 해도 체육시설 집합금지 명령이 없었으나 이번 수도권 코로나 확산으로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지자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직격타를 맞게됐다.
광주광역시에서 실내 점핑체육관을 운영하는 민원기(30) 씨는 체육시설 집합금지명령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만 하더라도 영업을 정상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이번 확산에도 큰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며 갑작스럽게 체육관을 운영조차 못하는 상황에 당황스러워 했다. 민 씨는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해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홀로 운동을 하며 새로운 운동 방법을 다시 찾아올 회원들에게 소개해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결혼식과 다양한 행사에서 전문 사회자로 활동해온 윤호준(30) 씨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됨에 따라 잠시 일을 쉬고 있다. 결혼식과 각종 행사에서 전문 사회자로 활동을 해왔으나 현재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한 집한인원 제외에 따라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코로나 초창기에는 행사가 계속 들어왔는데 현재는 행사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잠시 일을 쉬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볼 예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지만 문화예술업계 분야는 참담한 정도로 큰 피해를 받고 있어 하루 빨리 이러한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예술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많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계 유지가 어려워 다른 업종으로 전직을 하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은 711건이다. 이는 법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2018년 같은 기간보다는 33.4% 늘어났다. 개인 파산 신청도 함께 늘었다. 같은 기간에 접수한 개인 파산은 3만3005건으로, 작년(3만853건)보다 7% 증가했다. 2018년 1~8월과 비교하면 13.8% 늘어난 수치다. 최근에는 한계선상에 몰린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러한 지속적 경기 침체에 코로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어 암울한 상황이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시기지만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자영업 자체가 벼랑 끝으로 몰린 자영업자들은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악몽같은 현실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취재 중 만난 한 자영업자는 "평범했던 일상이 너무 그립다. 예전에 바쁘다고 투덜거리던 그때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랐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영업자들의 목숨이 붙어있을 때 끝나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라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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