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배정한 기자] 코로나19 시대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광복절 대규모 광화문 집회로 시작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재확산으로 거리두기 2.5단계가 실행된 뒤 일상은 물론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풍경도 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역에는 귀성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볼 수 있었다. 현장 매표를 위해 전날부터 역사 내에서 밤을 새우는 등 매년 치열한 열차표 구매 전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석 연휴 귀성 자제를 권고하고, 한국철도(코레일)도 창가 좌석만 온라인으로 예매를 진행하면서 역사 내 긴 줄은 사라졌다. 총 판매 좌석 수도 전체 좌석 200만 석의 절반인 100만 석으로 줄어 연휴에 철도를 찾는 귀성객들의 수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이면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귀성열차에 오르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한 손에는 선물 꾸러미와 다른 한 손에는 여행가방을 들고 부모님을 만날 생각에 들뜬 표정으로 버스 터미널을 찾는 귀성객들, 자식들을 위해 반찬과 식재료들을 양손 가득 들고 힘겹게 버스에서 내리는 역귀성 부모님의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매년 연휴를 앞두고 백화점과 재래시장은 친지들의 선물을 사거나 차례상 장보기를 위해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길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고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농수산물의 가격도 폭등해 시민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못하는 상황, 더불어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예전만큼 북적이고 정이 오가는 활기찬 재래시장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연휴 전날 저녁부터 정체가 시작되는 고속도로 귀성 전쟁, 최악의 경우 서울을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10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 할 때도 있는 힘든 귀성길이지만 가족과 친지를 만날 생각에 즐거운 길이 된다. 지난 2017년부터 정부에서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명절 때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 줘 경제적으로 작은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정부에서 국민들의 이동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통행료 면제 혜택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명절 연휴 기간 동안 경복궁을 비롯한 고궁들과 민속촌은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늘 붐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무료로 개방된 고궁에서 고즈넉한 분위기의 가을 날씨를 즐겼다. 또 각 지자체와 한옥마을, 민속촌 등에서 전통놀이와 송편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 모든 행사들이 진행되지 않거나 홈키트를 제공해 집에서 즐길 수 있게 준비될 예정이다.
친지들과 오랜만에 만나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고 차례를 마친 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명절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문화이다. 하지만 추석 명절 민족 대이동이 자칫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하고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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