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여파로 이용자 급증...도로 교통법 및 안전 수칙 준수는 '미미'
[더팩트|이선화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대로를 걷다가 화들짝 놀랐다. 무언가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 순간엔 뜨거운 햇볕을 뚫고 인위적인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등골이 오싹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보니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공유형 전동 킥보드였다.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깜짝 놀란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전동 킥보드가 최고의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조사에 의하면 최근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시장이 작년과 비교해 6배가량 증가했다. 혼잡한 대중교통이나 상대적으로 비싼 택시보다는 전동 킥보드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늘어난 이용자 수와 다르게 전동 킥보드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불법' 주차된 킥보드에 걸려 넘어진다거나 '무법' 질주하는 킥보드와의 충돌 사고는 다수의 시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편리한 이동 수단인 전동 킥보드가 도로의 제왕처럼 무법을 일삼는 '킹(King)보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8년 57건에서 2019년 117건으로 105% 증가했다. 그중 충돌사고만 37건이다.
점심시간에도 인도를 '쌩~쌩' 달리는 킥보드가 많다.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걷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공유 전동 킥보드였는데, 위험한 인도 주행에도 안전 보호장비를 착용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A씨는 길 한쪽에 서서 한 시간가량 지켜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여의도에서 전동 킥보드 대여점을 운영하는 B씨는 안전모 착용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기타 보호구는 선택이지만) 헬멧은 의무로 알고 있다. 바퀴 달린 걸 탈 때 헬멧은 꼭 착용해야 한다"라며 보호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도를 달리다가 사람들과 부딪칠 수도 있다.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사고 부상 위험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안전모 등 보호장비 의무적 착용은 물론, 인도나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도 달릴 수 없다. 올해 12월에 시행될 개정 법률에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했지만, 인도를 달릴 수 없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도로교통법이 적용된다. 음주 후 주행 역시 마찬가지다.
전동 킥보드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전동기기 수리점 전동포를 찾았다. 입구에는 수리점을 운영하는 박영우 씨가 이른 아침부터 전동 킥보드를 수리하고 있었다. 고장 난 부분에 따라 수리 방법에 차이가 있었는데 바퀴에 문제가 발견되면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했고 배터리 문제 시엔 밑판 프레임을 열고 배선을 확인했다.전동 킥보드의 위험은 운행 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바퀴와 전기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배터리가 내장된 만큼 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2019년 23건, 올해는 4월 말 기준 12건으로 전부 배터리가 원인이다. 시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화재의 특징은 충전지에서 폭발적인 연소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충전은 실외의 개방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화재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고장이 잦은 부분은 타이어와 브레이크다. 박영우 씨는 "못해도 2~3주에 한 번씩 바람을 넣어줘야 하는데 그걸 잘 안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퀴는 자동차, 킥보드 불문하고 자연적으로 바람이 빠지기 때문에 정기적인 점검은 필수다. 그는 "전동 킥보드는 자가 정비가 필요한 요소가 많다. 브레이크 정비나 바람 넣는 것 정도는 직접 할 수 있게 관심을 두는 게 필요하다"라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동 킥보드는 혼잡한 도심의 교통 대체 수단으로 인기지만 안전 수칙을 올바로 지키는 이용자는 극소수다.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안일한 선택, 인파를 달리며 사람보다 킥보드가 우선이라는 찰나의 판단, 주기적인 관리를 잊게 만드는 게으른 생각들이 모여서 사고가 되고 목숨을 위협받는다. '설마'하는 행동은 버려야 한다. 편리함이 안전 불감증을 합리화시키지 못하도록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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