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개막 이후 관중 없는 경기...인적 없는 프로야구 경기장 상인들 '울상'
[더팩트ㅣ이덕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야구장을 가득 메우는 팬들의 함성이 사라졌다. 원래 일정보다 한 달 이상 늦은 5월 5일 개막한 프로야구(KBO)는 30일 현재까지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8일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방안'을 발표하며 야구·축구 등 프로스포츠의 제한적 관중 입장을 허용한다고 밝힘에 따라 경기장에도 7월부터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은 적막감이 감도는 썰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막 두 달여를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는 2020 프로야구. 함성 대신 타격음만 울리는 경기장 주위의 상인들은 더 죽을 맛이다. 규모로만 보면 국내는 물론 메이저리그 야구장에도 뒤지지 않는 서울 잠실야구장의 분위기 역시 예전과 많이 다른 상태다. 평일 저녁만 되면 야구팬으로 넘치던 매표소와 주변 상점들은 무관중 타격으로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경기장 내 야구용품 상점 직원 김 씨는 "매장 앞에 북적이던 관중들이 그립다. 요새는 손님이 없어서 마감을 일찍 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길어진 무관중 기간으로 인해 각 구단들은 수입이 대폭 줄었고, 주변 상권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가 덮친 프로야구 경기장을 조명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잠실야구장은 어색했다. 경기는 진행되고 있지만 좌석 중간중간 마스크를 쓴 관계자만 자리를 지킬 뿐, 관중석은 텅 비어있다. 경기장 밖까지 울렸던 팬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적막을 깨뜨리고 있을 뿐이다.
경기 끝 무렵,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평소 뒤풀이를 하던 잠실 먹자골목 실태는 어떨까. 좋아하는 유니폼 차림의 팬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조용했고, 그나마 스크린이 있는 음식점에는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기 중계를 즐겼다.
국내 야구장 중 비교적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SK행복드림구장. 주변 상점들은 관중이 없다 보니 수입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대부분 셔터를 내렸다.
경기장 밖에서는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이 그라운드가 보이는 틈에 얼굴을 내밀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무리 속 한 아이는 "멀리서라도 제가 좋아하는 선수를 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얼른 마스크 벗고 야구장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학경기장역 앞 포장마차 거리의 점포들은 무관중 이후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막차를 타기 전 포장마차에서 그날의 경기를 안주 삼아 떠들던 팬들의 모습은 볼 수 없고, 외로운 길고양이만 그 일대를 기웃거렸다.
구장 근처 문학동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닭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손님 없는 게) 좋은 일도 아닌데"라며 "무관중으로 타격 받는 우리 현실을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구로구의 고척스카이돔은 내외부 공사를 하며 곧 있을 관중 맞이 재정비가 한창이다. 고척돔 지하를 가득 메우던 음식점과 카페 등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한 닭강정 전문점만 불을 켜놓고 있다. 카운터를 지키던 이 씨는 "(무관중 이후) 주변 가게들이 하나둘씩 셔터를 내리더니 오늘은 우리만 영업하고 있다"며 "매장을 찾는 손님은 없고, 배달로 생계를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장 앞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정 씨 또한 "다행히 (가게) 옆에 대학교가 있어서 학생 손님들이 오고 있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없나 보니 매출이 계속 줄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방안' 발표에 따라 야구·축구 등 프로스포츠의 제한적 관중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무관중으로 인해 타격 받고 있던 야구계는 드디어 희망의 미소를 찾았다.
10개 구단들은 일찌감치 관중 입장을 위한 준비를 끝냈고, 팬들은 애타게 기다리던 야구장의 문을 열고 함성을 지를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더 나아가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가을야구'를 즐기는 그날을 고대한다. '한숨' 대신 '함성'을 토해내는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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