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급증', 규제는 '낮잠'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초등학교 앞 도로. 5월 셋째 주말을 맞아 행인들 사이로 하나의 전동 킥보드에 올라 도로를 달리는 어른 한 명과 아이 두명이 눈에 띄었다.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을 만끽하는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춰선 이들은 녹색 신호로 바뀌지마자 '쌩~'하고 인도 위를 올라 내달렸고 순식간에 이들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안전 무방비'에 내몰린 도로의 현주소다.
최근 전동 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 수단,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의 이용이 급증하면서 안전사고도 늘고 있다. 작고 가벼워 짧은 거리를 오가기에 편리하고 기름값 같은 부대비용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배기가스가 없어 환경오염이 없다는 점 등 때문에 시장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6만 대 정도였던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퍼스널 모빌리티 상품 시장 규모는 2022년에는 20만 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날로 증가하는 수요 못지않게 사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마땅한 안전 규제장치가 없어 도로 위 전동 킥보드 사고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최근엔 대전 둔산동의 한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던 35살 A씨가 11살 전모 양을 치고 달아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동 킥보드의 위험성은 늘어나는 이용 속도에 비해 이에 맞는 뚜렷한 규제 법안이 없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 안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 전동 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에 대한 별도 법적 정의는 없는 상태다. 별도의 안전기준과 주행 안전기준도 없다. 법은 전동킥 보드의 속도를 25㎞/h로 제한했으며, 자전거 도로나 인도에서 주행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이륜자동차에 해당(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19. "원동기장치자전거"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차를 말한다. 가.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의 이륜자동차나.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 돼 이용자는 2종 원동기장치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보유해야 하고 반드시 차도에서만 운행해야 한다. 보도나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제50조(특정 운전자의 준수사항) ③항을 보면 '이륜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운행하여야 하며, 동승자에게도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도로교통법엔 전동 킥보드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지만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원동기동급에 해당하는 이동기구로 간주,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는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 탓에, 도로로 달리기에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도로로 달리면 운전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인도를 달리면 보행자가 위험에 처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버스나 택시, 자가용 운전자들은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을 '킥라니'라고 부르며 불편해하고 있다. '킥라니'는 도로나 인도를 달리는 전동 킥보드가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상황을 비판하는 합성어다
또 찻길을 이용하니 일방통행 도로에서 반대로 내려오는 경우도 생기고, 오토바이 출입 금지 구역이나 보행자 전용 구역에서 타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취재 중 만난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 대부분은 안전모와 무릎보호대 등을 거의 착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음주 후 전동 킥보드를 탑승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실제 이런 이동수단들은 평균 20~25km의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도심에서는 1인용 전동 킥보드가 시속 60㎞ 이상의 속도로 차도 위를 내달리는 장면도 종종 포착돼 운전자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빠르고 편리하지만 안전상 미흡한 점이 많은 전동 킥보드. 한 킥보드 운전자는 "전동 킥보드 운전자들은 생존을 위한 운전을 하고 있다"면서 "아직 법적으로 제대로 된 규제가 없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최근 공유 전동 킥보드 스타트업들은 정부에 전동 킥보드 주행안전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현장밀착형 규제 혁신방안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주요 과제로 채택하고 올해 6월까지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또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제5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개최 결과 개인형 이동수단(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안전 확보와 유관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동 킥보드 등을 시속 25km 조건으로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4차위가 합의한 전동 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에는 전제 조건이 달렸다. '국토교통부는 주행안전기준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한다' 인데 이것들이 해결된 뒤에야 규제가 풀린다는 뜻이다.
지난 2년간 퍼스널 모빌리티 이동수단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342건으로 8명이 숨지고 362명이 다쳤다. 사고를 줄이려면 최고속도를 제한하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무면허 운전을 적극 단속하는 등 현실에 맞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동 킥보드.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도로 위 운전자, 보행자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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