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토기획] '강원 산불' 40일...흉터는 그대로,'치료제는 아직'

1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일대 숲에 지난 달 4일 발생한 대형 화재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성=남윤호 기자

악몽 같은 강원 산불 이후 40일… 여전히 신음하는 산림과 이재민들

여전히 신음하는 산림과 이재민들...복원은 '난망'

[더팩트 | 고성=남윤호 기자] '고성·속초 250ha, 강릉·동해 250ha, 인제 30ha'

단일 화재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강원도 산불. 지난달 4일 저녁 시작된 화재는 이틀 만에 주불이 잡히고 진화가 완료됐다. 그리고 한 달 열흘이 흐른 지난 14일 <더팩트> 취재진은 화마가 휩쓸고 간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

다시 찾은 고성의 숲은 여전히 참담했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화재로 새카맣게 탄 나무와 계절을 잊고 갈색으로 변한 나무들. 산림당국은 20년이 지나도 소실된 산림을 다시 복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망가진 생태계와 산림 그리고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한 토양의 복구까지 길게 100년까지도 걸린다는 예측이다.

집터 바라보는 노부부 1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원암리 마을의 노부부가 지난달 4일 있었던 대형 화재로 전소된 집을 철거한 뒤 잔해가 쌓인 집터를 바라보고 있다.

화마가 남긴 흉터 14일 오전 드론으로 본 강원도 속초 장사동 산림. 지난달 4일 강원도에 발생한 대형 산불이 능선마다 흉터를 남겨 놓았다.

산불이 바꿔버린 색 까맣게 타버린 나무와 갈색으로 변한 나무, 불길이 닿지 않은 나무의 색이 대조적이다.

갈색 소나무? 토성면 광포호길 도로변의 소나무들이 초록빛을 잃고 갈색으로 변해 있다.

파괴된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고성과 속초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346개 기업이 1,376억 원의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강원도에서 여행객들을 맞이했던 펜션과 소상공인들의 공장과 건물 등이 화재로 전소됐다. 속초 장사동에 위치한 한 폐차장은 지난 화재로 약 30억 원 가까이 피해를 입었다. 집을 잃은 이재민들도 많지만 일터를 잃은 강원도민들도 많았다.

화마가 쓸고 간 폐차장 속초시 장사동 진성폐차장에 화마가 휩쓸고 간 차량들이 산적해 있다.

흔적 정돈 폐차장에 화재로 불탔던 차량들이 정리되고 있다.

타버린 골조 폐차장 옆에 위치한 창고도 수습이 진행 중이지만 타버린 골조는 감출 수가 없었다.

불탄 펜션 여행객을 맞았을 펜션이 불탄 채 방치되고 있다.

소상공인의 피해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3일 고성, 속초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346개 기업이 1,376억 원의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한전 사장 구속하라! 토성면 봉포리에 불탄 건물에 한국전력 사장을 구속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국과수는 고압선과 개폐기를 연결하는 리드선이 끊어져 발생한 아크(전기적 방전 때문에 전선에 불꽃이나 스파크가 발생하는 현상) 불티가 산불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고성의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 화재로 전손된 건물들이 계속 눈에 띈다. 농부의 가정집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는 펜션, 철물점, 창고까지... 소상공인들이 먹고사는 삶의 공간들이 까맣게 변한 채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하루아침에 주민들의 삶을 잿더미로 만든 화마.

지난달 18일 경찰은 고압선과 개폐기를 연결하는 리드선이 절단, 고압 전류가 흐르는 상태로 전신주에 부딪히면서 아크(전기적 방전 때문에 전선에 불꽃이나 스파크가 발생하는 현상) 불티가 발생해 산불로 이어졌다고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설명했다. 산불의 원인이 한국전력 관리에 있는 전신주 탓으로 보이지만 경찰은 아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원인과 책임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민의 고통은 깊어지고 있다.

한전 규탄하는 현수막 속초시 봉포항으로 가는 중앙로에 한국전력을 규탄하는 고성 중소상공인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불탄 마을 고성군 원암리 마을 곳곳에 화마로 전손된 집들이 보이고 있다.

타버린 삶 속초·고성 산불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전신주에서 2km 떨어진 원암리 마을의 곳곳에서 철거가 진행 중이다.

사라진 집 집터만 남은 민가.

흔적 주택의 한 쪽 면과 반려견의 집만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다.

철거밖에는...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의 한 민가. 전손 돼 철거밖에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

철거 바라보는 주민들 철거 잔해물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 철거 작업이 끝나면 기다렸다가 포클레인과 함께 다음 철거 장소로 이동한다.

살림 하나라도... 화재로 집을 잃고 철거를 마친 노인이 잔해물 속에서 공구를 찾아 들고 있다.

"사진 찍으러 왔소?"

포클레인이 철거한 주택의 잔여물을 긁어 모으고 있을 때 한 할머니가 다가와 물었다. 허물어진 이 집이 할머니 댁이냐 물으니 눈을 비비며 그렇다고 답했다. 슬픔도 분노도 아닌 체념의 답변이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지원에 대해서 "나라에서 1,300만원 나오고 말아. 뭐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 더 나오는지 덜 나오는지"라고 답했다.

정부는 주택지원금 1,300만 원과 복구비 2,000만 원을 주택이 전파된 이재민에게 순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민성금 3,000만 원을 합쳐 6,300만 원이 이재민에게 지원될 예정이다.

온정의 손길 전라남도 지역 봉사단체가 화재 지역의 한 펜션을 수습하고 있다.

삶의 터전 되찾을 수 있을까? 피해 지역에 전국적인 봉사활동과 성금이 모금되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보상되는 금액은 최대 6300만 원 가량이다.

텐트 생활 언제까지? 고성군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방문한 14일 당시 16개 텐트에 29명이 살고 있었다.

말하기도 지쳤다 한 이재민은 국회의원이 오니 기자들도 많이 왔는데 정작 우린 거들떠도 안 보더라며 취재를 사양했다.

열두 집이 산다 마을 회관에서 지내고 있는 이재민 할머니는 회관에 농사짓는 12가구가 살고 있고 나머지 이재민 가구들은 서울시 연수원 등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돌아본 고성 여기저기에는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불탄 집들이 여전히 서 있다. 자칫하면 갑자기 쓰러진 건물에 행인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진다. 원암리 마을에 머문 한 시간 남짓 세 집이 철거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한 평생이 담긴 집을 잃은 이재민들. 그들의 마음을 낫게 할 치료제는 아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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