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새 물건을 만들고 파는 사람은 엄청 많지만, 옛 물건을 팔고 수리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에서 편리함 보다 ‘느림의 미학’을 고수하는 20대 청년이 있다. 이제 구시대 산물이 되어버린 수동타자기 수리판매점을 운영하는 ‘레트로케이’ 대표 김재홍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올해 26살, 서울의 한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던 김 씨는 수동타자기의 매력에 빠져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레트로 케이’는 복고를 뜻하는 영어 단어와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지었다.
김 씨의 수리점에는 타자기 외에도 브라운관TV나 턴테이블, 카세트·비디오 플레이어 등 추억의 기계들이 즐비하다. 그 중 20-30대 층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타자기는 매출의 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전, 활발하게 사용되던 타자기는 지난 2011년을 끝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도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20대 청년이 낡은 타자기에 빠지게 된 걸까.
"컴퓨터는 다양한 기능이 있어 여러가지를 하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도 있는데 타자기는 오로지 글 쓰는 기능 밖에 없어서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죠. 카메라나 시계처럼 타자기도 원래 기능을 가진 물건인데 골동품처럼 ‘죽어있는 상태’로 방치된 경우가 많아요. 하면 되게 좋겠다 싶었죠."
김 씨가 처음부터 타자기 수리에 능한 것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기계 만지고 수리하는 걸 좋아했지만, 타자기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그는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타자기를 일일이 분해해가며 독학했다. 뜯어가면서 구조를 머릿속에 넣고 익혔다.
그렇게 그가 고장 낸 100여대 이상의 타자기는 수리점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아직 적자"라며 멋쩍게 웃는 김 씨, 그래도 그가 이 일을 고집하는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매일 오전 10시에 작업실에 나와 밤까지 나와서 타자기를 만지고 있어요. 아마 적성에 맞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못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요?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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