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강추위에 대비해 서울 시내 곳곳에는 자치구에서 설치한 개성 넘치는 간이 추위 대피소들이 운영 중이다. 사방이 트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칼바람을 피해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관악구 '동장군 대피소', 마포구 '마포 온기나루', 서초구 '서리풀 이글루', 강남구 '강남따숨소' 등 이름도 각 구마다 각양각색이다. 이름만큼 디자인도 다양하다.
서초구의 '서리풀 이글루'는 눈꽃 문양과 빨간 리본으로 꾸며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은 느낌을 주며 뼈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투명하게 디자인해 시야가 좋다. 광진구의 '찬바람막이 한파쉼터'는 하단에 눈이 쌓인 벌판과 눈꽃이 핀 나무를 그려 넣었다. 그 외에는 투명 비닐로만 덮여 있어 시원한 시야를 제공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송파구의 '정양막'은 지역의 특색을 담기 위해 한성백제 시대의 기와 문양과 칠지도를 대피소 하단에 그려 넣어 역사를 느낄 수 있게 디자인했다. 마포구의 '온기나루'는 하단에 와인색으로 도심을 그려 넣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수많은 빌딩, 지하철 그림으로 마포구가 서울의 중심임을 강조했다. 하늘색 뼈대와 와인색 그림이 어우러져 레트로한 느낌을 준다.
영등포구의 '영등포근포근방'은 영등포를 홍보하는 문구와 잠시 추위를 피해 가라는 안내문 성격의 글귀만 넣어 단순하지만 한눈에 봐도 추위 대피소라는 걸 알 수 있다. 관악구의 '동장군 대피소'는 여름 무더위 그늘막을 재활용했다. 지붕만 있는 여름 그늘막 뼈대에 불투명 벽을 만들어 시각적으로 조금 답답한 느낌은 있지만 바람을 막아주는 기본 기능에 충실하다. 중랑구의 '온기 나누리 쉼터'는 녹색 지붕에 하단은 진회색으로 장식했다. 큼직한 하얀 눈꽃들을 그려 넣어 심심한 디자인에 생기를 넣었다.
강동구의 '온기 나누리 쉼터'는 노란색 지붕과 눈꽃 문양으로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모습이다. 칼바람도 막아주지만 노란색 지붕이 따뜻한 느낌을 더해준다. 용산구의 '바람막이쉼터'는 노란 지붕과 진회색의 하단 가림막이 어우러져 마치 포장마차처럼 보인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잠시 바람을 피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성동구의 '온기누리소'와 은평구의 '따스안'도 같은 디자인이다.
양천구의 '온기충전소'는 기존 버스정류장의 구조물에 투명 비닐을 둘렀다. 공간 활용과 예산절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강남구의 '강남따숨소'도 기존 정류장을 활용했다. 정류장과 같은 색의 뼈대를 사용해 일체감을 주고 눈꽃 문양으로 귀여움도 더했다. 서대문구 역시 기존 정류장을 대피소로 사용하고 있다. 종로구도 마찬가지다. 기존 정류장에 비닐이 아닌 투명 아크릴로 벽을 만들어 다른 지역 대피소보다 더 튼튼한 느낌을 준다. 노원구의 '따숨쉼터'와 도봉구의 '추위녹이소'도 같은 디자인이다.
시민들에게 온기를 선물해주는 추위 대피소는 2014년 관악구에서 먼저 시작했고 현재는 거의 모든 구에서 운영 중이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큰 기쁨을 주는 각 자치구의 생활밀착형 행정들이 더 많이 늘어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