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선화 기자] 수협중앙회의 노량진 구시장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 3일째. 상인들의 표정엔 피곤함이 역력하다. 구시장은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둠이 내려 앉았다. 천장의 전등은 꺼져있고 활어로 가득해야 할 수족관은 텅 비어 상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가뜩이나 신시장에 손님을 뺏긴 구시장 상인들은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오매불망 손님을 기다린다.
"오늘 장사해요?"
구시장을 찾은 한 시민이 입구에 서 있는 상인에게 물었다. 어두컴컴한 시장 안쪽을 보며 궁금증을 내비쳤다. 서울의 명소로 알고 찾아 온 듯 보이는 외국 관광객들은 건물의 입구에서 잠시 맴돌다 발길을 돌렸다. 필자가 취재를 위해 한참 동안 구시장을 둘러 봤지만 손님의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사람 냄새로 가득하던 수산시장은 비릿한 생선 냄새와 '단결 투쟁' 단체복을 입은 상인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은 취재를 위해 찾은 기자들이 전부였다.
쾌적하게 단장한 신시장의 개장으로 많은 손님들이 구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낡은 외벽과 어두운 내부, 군데군데 락카로 적힌 '위험' 문구, 언제 맞닥드리게 될지 모르는 수협 관계자와의 불안감까지 이어져 시장 분위기는 생기를 잃어 버렸다.
수협 측은 안전검사에서 C등급 판정을 받은 위험한 건물에서 더이상 장사를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대법원 최종판결 이후 자진퇴거기한이 경과된데다 구시장은 지어진지 48년 된 노후건물로 낙석, 추락사고, 주차장 붕괴위험, 정전사고 등 시설물 안전이 심각한 상황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미 2009년 양해각서를 통해 이전 합의된 사항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시장 상인들은 현대화사업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비싼 임대료와 좁은 통로를 이유로 새 건물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시장이 수협 소유의 토지와 건물이라 할지라도 시장개설자 허락 없이는 강제로 시장을 폐쇄할 수는 없다며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수협은 5일, 구 시장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시행했다. 4차 강제 명도 집행 마저 무산됐기 때문이다. 수협 측은 "대법원판결에 따른 합당한 조치"라 밝혔지만 구시장 상인들은 이에 반발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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