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사진영상기획부 1팀] 영화 같은 현실이 또 있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 학생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발달장애 특수학교 근무자들이 오히려 장애학생들을 폭행하고 괴롭히는 '2018년 판 도가니'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47년 전통의 발달장애 특수학교인 서울인강학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지속적으로 장애 학생들을 괴롭히고 상습 폭행하고 있는 사실이<더팩트>의 탐사보도로 3일 확인됐다. 군복무를 대체하기 위해 장애인 학교에 배치된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은 장애 학생들을 보살피기는커녕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과 폭언 등을 수시로 자행했다.
더군다나 장애학생들을 보호하고 특수 교육을 해야할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회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 속에 던져진 장애 학생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일부 관계자가 사회복무요원들의 장애 학생 폭행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쉬쉬하며 문제를 덮었다고 주장해 관리 감독보다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6월 발달장애 특수학교인 서울인강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이 상습적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3개월에 걸쳐 다방면으로 취재를 한 결과 사회복무요원들의 상습적 폭행과 학대를 확인했으며 보호를 받아야할 지적 장애 학생들이 학교 측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취재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의 폭행과 조롱 섞인 대화가 담긴 영상과 녹취 등을 확보했으며 자료를 제공한 공익 제보자는 "일부 비뚤어진 사고를 지닌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게 인간적으로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 우발적 폭행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반항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장애학생들에게 폭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양심상 도저히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제보자는 "인강학교의 원생 폭행은 일종의 전통처럼 일부 사회복무요원 선임에서 후임으로 음지의 독버섯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해당 학교에 근무하던 시절 동료 사회복무요원들의 폭력을 학교측에 문제 삼자 오히려 이를 묵인하고 입 단속을 하기에 급급했다"고 학교 측의 자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971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개교한 서울인강학교는 '역사와 전통의 명문에서 글로벌 명문으로' 나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초·중·고·전공 과정의 지적장애학생 127명을 가르치고 있다. 교직원 61명, 사회복무요원 13명이 이들을 돕고 있다.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신뢰와 존중 속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행복한 인강교육'을 교육 목표로 내건 학교는 산에 둘러싸여 있어 요새를 방불케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쿨버스를 이용해 등하교 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들의 업무는 학생들의 등교를 돕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업이 시작되면 각 학급에 배치돼 장애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돕고 학교 생활에 도움을 주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이 중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은 교사들이 잠시 맡긴 장애 학생들에게 가혹 행위를 하고 이를 듣지 않으면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특히 일부 교사는 수업 시간에도 사회복무요원에게 학생을 맡겼고 피해 학생은 그 시간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의 장소는 주로 2층 사회복무요원실과 화장실, 학교 외부의 인적이 없는 장소에서 빈번히 이뤄졌다.
구타를 당하고도 의사 전달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폭행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은밀하게 이뤄졌다. 취재 중 입수한 영상에는 한 사회복무요원이 복무요원실에 앉아 있는 장애 학생의 머리와 어깨를 주먹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그 이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주먹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피해 학생에게 위협을 가했다. 폭행이 이뤄지는 동안 피해 학생은 겁에 질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저 몸만 잔뜩 웅크리며 공포에 떨었다.
또 다른 폭행 영상에는 화장실의 사회복무요원이 가해 학생에게 "앉아, 일어서"를 여러 번 반복한 뒤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피해 학생이 고함을 지르자 이를 지켜보던 사회복무요원들은 낄낄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교내 사각지대에서 장애 학생들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 인권 유린 사태가 빈번히 일어 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의 폭행은 상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교사로부터 맡겨진 학생을 캐비닛에 가둬 놓고 문고리를 잠그라고 하는 등 비아냥 거리기도 하고, 책상 밑에 들어가게 해 가둔 채 의자를 집어 넣어 움직일 수 없게 하는 등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를 일삼고 있었다.
제보자는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동료 사회복무요원들이) 폭행을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제보를 하기 전 학교 관계자에게 학생 폭행 사실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행정실장은 사회복무요원들을 모아 놓고 (폭행에 대해)훈계만 했다"며 "믿을 만한 교사에게 (재차) 말했지만 일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이후 폭행 사실을 공론화 하려 하자 학교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동료 복무요원들을 이를(고자질) 생각을 하냐며 오히려 나에게 따지더라, 학교에서 나는 나쁜 사람이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학교에 고3 학생을 둔 이난숙 서울인강학교 운영위원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학교에도 자주 가는데 (폭행) 전혀 몰랐다.(학교) 폭력대책위원회가 있어서 실태를 물어봤지만 선생님도 처음 듣는 소리라고 했다"며 "사회복무요원들을 만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면 절대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며 분노했다. 학교가 빈번히 일어났던 사회복무요원들에 의한 폭행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상황이 폭력을 키우는 꼴이 됐다.
<더팩트> 취재진은 폭행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인강학교 교장직무대행 이 모 교사를 포함해 교사들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사회복무요원들의 폭행 인지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생님 전원은 한결 같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입을 모았다. 오히려 영상이 "우리 학교가 맞냐?"는 반문을 하기도 했다. 사회복무요원의 관리 책임이 있는 주무관은 폭행은 없었다 라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 중에 폭행 사실을 알린 적이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사회복무요원)한 명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어서 경고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 폭행 사실을 접한 뒤 어떤 조치를 내렸느냐는 질문에는 "폭행 여부를 조사 했지만 모두가 폭행 사실을 부인했고, 증거가 없어 경고 조치만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교사가 학생을 폭행한 사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직무대행 이 모 교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우리 자치위원회에서 선생님 (폭행)건 피해 어머니께서 요청하셨지만 여러 가지 확인해 본 결과 피해 증거가 없고 피해 상황에 대해 뚜렷한 증거가 없어서 학교 폭력이 아니다라고 심의가 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장애학생 어머니의 주장과 달랐다.
정순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폭행 이후 피해 학생은 그로 인한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며 말한 뒤 "폭행 이후 가족이 함께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반드시 분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공지영 작가 원작의 영화 '도가니'는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성폭력과 학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장애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8년, 무엇이 바뀌었을까. 서울 인강학교의 장애 학생들은 장애도 서러운 판에 또 다른 학대와 멸시, 폭행에 울고 있다.서울인강학교의 사회복무요원과 교사 그리고 이를 방조한 학교에 대한 법적인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을 관리하는 병무청 역시 장애인 시설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들 대한 교육과 지속적인 관리,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인 폭력과 관련된 처벌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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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기획부 1팀=임영무·이새롬·이덕인·임세준·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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