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사진기획부]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매일 접하거나 혹은 가끔씩이라도 만나는 친숙한 모습들이 높이를 바꾸거나 각도를 바꿔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장소나 물건으로 보여 질 때가 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론은 헬리콥터나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을 쉽게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게 해준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익숙했던 장소들이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고속도로의 분기점은 자동차를 이용해 무심코 지나가며 봤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큰 원을 중심으로 직선 도로가 십자가를 만들기도 하고, 교차하는 직선 도로 양옆으로 팔자 모양의 작은 원이 보이기도 한다. 한 도로에서 다른 도로로 휘어지며 이어진 길은 매끄러운 곡선을 그린다. 낯설지만 늘 이용하던 익숙한 도로다. 익숙한 고속도로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운전면허 시험장, 마치 페루의 나스카 라인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태양광 패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테니스 코트다. 알지만 처음 보는듯한 신선함을 안겨준다.
대중교통의 꽃으로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해주는 시내버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종점에서 단체로 주차돼 있는 버스들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도로에서 봤던 이미지와는 달리 아주 귀엽다. 회색 도화지 위에 가지런히 놓인 녹색과 파란색의 지우개를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한 송이의 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한 공원의 분수대다. 음악과 함께 물이 높이 솟아올라 무더운 여름밤 시민들의 보물 같은 휴식처로 아름다움과 함께 시원한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음악과 물, 관중들 없이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다. 그 옆의 초화원은 기하학적인 문양과 함께 신비감을 드러낸다. 마치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의 장미정원 속 미로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나뭇가지를 잠시 스치듯 바라보면 기린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고 알록달록 색연필을 모아둔 곳은 소인들이 사는 아파트를 연상 시키기도 한다. 166호에는 연두색 색연필이 살고 127호는 빨간 색연필이 산다.
고속도로 터널벽에 그려진 비상구 그림은 흡사 뛰어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현충원 담장에 쓰여진 문구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이다. 음표를 넣어야 할 오선지처럼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전깃줄은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지고 길을 가다 만난 축대는 우리를 미로찾기 게임으로 초대한다.
반대로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서 색다른 모습이 보일 때도 있다. 평소 어지럽고 지저분하게만 생각하던 전신주에 걸린 전깃줄들이 때로는 깔끔한 오선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건물에서 옆 건물로 이동하며 고개를 들면 가끔씩 파란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이 보이는 행운을 만날 때도 있다. 한강공원에서 자주 보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교량들, 그 밑을 보면 이동 중 차량 속에서 보는 뜨거운 아스팔트와는 다른 곰보빵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점들이 모여 있다.
주변 사물들 중 전체가 아닌 일부분을 확대해서 보면 의외로 재미난 형태들이 보일 때가 있다. 확대된 일부만 보면 전체의 모습을 유추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체의 모습을 알고 난 뒤에 보면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차량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빈틈없이 쌓아 놓은 파이프들은 우주에서나 만날듯한 기이한 형상으로 시선을 집중 시킨다. 얼핏 물고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군함의 프로펠러이다. 힘차게 전장을 누비던 군함의 부속품도 때로는 귀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하로 양쪽을 이어주는 터널, 길고 어둡지만 먼 길을 돌아가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해준다. 차량과 행인으로 가득 찬 터널이 잠시 휴식기를 가지는 순간 터널은 어둠과 빛이 수줍게 만나 마치 한 장의 흑백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은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머리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요즘, 한 번씩 가까운 주변의 풍경과 사물들을 재미난 시선으로 천천히 둘러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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