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수많은 고전들 중에서도 '삼국지'는 특별하다. 인지도나 실제 판매량에 있어 압도적이고 지금도 수많은 작가들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책으로만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 연극, 만화 등 '삼국지'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들이 매번 새로이 등장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법에 관한 이야기를 ‘삼국지’를 바탕으로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 책이 나왔다. 바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양중진 부장검사가 쓴 ‘검사의 삼국지’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법률을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 ‘검사의 삼국지’는 삼국지 속 등장하는 43개의 일화에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법률을 접목시켰다. 실제 현직 검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수사하고 또 재판에도 참여했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검사의 삼국지는 이렇게 저자의 해법에 의해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선사하는 고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유비-관우-장비가 뜨거운 우정을 나누며 맺은 도원결의 편. 민법은 법정혈족이 될 수 있는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형제자매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안타깝지만 유비-관우-장비는 법적으로 친족 관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권도 가질 수 없다. 유비와 장비는 먼저 간 관우의 분신과도 같은 적토마와 청룡언월도를 상속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결혼에 대한 편도 재미있다. 초선은 여포와 혼사가 오갈 당시 만 나이로 15세였다. 따라서 아버지인 왕윤이 아무리 동의한다고 해도 유효하게 결혼할 수 없다. 민법의 눈으로 보면 초선과 여포는 어차피 결혼할 수 없는 사이였다.
유비는 손권의 여동생인 손부인과 결혼했다. 당시 유비는 50세, 손부인은 17세였다. 손권의 어머니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유비의 성품이 좋다는 이유로 결혼을 승낙했다. 하지만 우리 민법상 적법하게 결혼하기 위해서는 유비는 손부인이 만18세가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만18세가 되면 부모의 동의가 있을 경우 결혼할 수 있다.
‘동탁암살-조조는 유죄일까, 무죄일까(절도와 사기)’, ‘장비의 혈기-무전취식은 범죄일까(사기)’, ‘오관육참-관우는 적토마를 돌려줘야 할까(증여와 증여의 해제)’, ‘정판교를 막아선 장비의 책임은(일반교통방해죄와 상린관계)’, ‘허저의 음주(음주운전과 위험운전치사상)’, ‘화타와 조조-화타의 설명은 충분했을까(의사의 치료와 설명의무)’ 등 목차의 항목만 봐도 흥미가 솟는다.
'검사의 삼국지'는 삼국지처럼 재밌고 풍류와 감동이 있는, 더불어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담아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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