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팩트펀치] 대학축제 주류 판매 금지, '요지경 5월 캠퍼스'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대학교에서 축제가 열린 가운데 주류회사가 빈병 수거를 목적으로 쌓아둔 빈 상자들이 자리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학 축제의 주점 내 주류 판매가 금지됐지만 학생들이 직접 사오거나, 주점 측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주류 등으로 음주는 여전히 활발했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배정한·문병희·남윤호·남용희 기자]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교육부가 지난달 국세청의 협조요청을 받아 올해부터 대학 축제 기간 중 학생들의 교내 주류 판매를 금지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캠퍼스 축제 주점 운영 행태의 변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세청과 교육부는 주세법을 근거로 각 대학에 축제기간 중 무면허 주류 판매를 금지한다는 협조 공문을 지난달 25일 보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일년 내내 술을 파는 것도 아니고 축제 기간 중 주류 판매까지 주세법을 근거로 술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주머니만 더 가볍게 하는 전형적 '졸속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술만 팔지 못할 뿐 외부 반입이나 '자릿세에 주류 끼워팔기' 형태 등으로 사실상 캠퍼스 음주문화는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학 다닐 때 축제 한 번 참여 못한 사람들이 만든 정책인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80년대에도 대학 내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먹지 않았냐”는 비판 댓글과 “술 없이 축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한 문화 아닌가”라는 의견을 보이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는 국세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아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지난 1일 전국 대학교에 보냈다. 대학생들이 주류 판매 면허 없이 주류를 판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교육부 제공


24일 인천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축제가 열린 가운데 학생들이 주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이 대학교는 축제에서 허가 없이 주류 판매가 금지되자 총학생회 등에서 무료로 주류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캠퍼스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무면허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교육부의 주류 판매 금지령. '졸속 행정'과 '법대로'가 맞서 있는 주류판매 금지령 후 대학 축제의 현실은 어떨까. <더팩트> 취재진은 5월 한 달 동안 축제를 여는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국세청과 교육부의 주류 판매 금지 권고가 실제 캠퍼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밀착 취재했다.

대학 축제 주점에선 주류 판매 No! 대다수 학생들이 주류를 구입해 주점을 찾았다.

주류 판매 금지? 그렇다면 무료 나눔~

대학 축제에 칵테일을 만드는 업체 트럭이 등장해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 주류 판매 NO, 서비스 OK
서울의 H대학교 주점에서는 주류 판매는 하지 않지만 안주를 시키면 소주나 맥주 한 병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주류 판매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주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손님들을 불러모았다. 다만 안주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어서 이 가격에 주류 가격이 포함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지울 수 없다. 또 다른 서울의 D대학교는 자릿세를 내면 주류를 공짜로 제공하는 주점도 눈에 띄었다. 이 역시 주류 판매는 아니기 때문에 국세청과 교육부의 지침을 어긴 것은 아니다.

축제가 열린 한 대학교 주점 뒤로 주류 반입 및 보관, 구매 대행 서비스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축제가 열린 한 대학교에 사온 술을 시원하게 보관해 준다는 팻말이 세워져있다.

주류 판매가 금지되면? 자릿세와 이벤트로 주류를 제공하는 대학교 축제

◆ 술 냉장고 보관, 대행 서비스

축제 기간 중 대부분의 주점에서 외부 음식 반입은 엄격히 관리하지만 주류만큼은 자유롭게 반입이 가능했다. 서울의 K대학교와 D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학교 인근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온 주류의 보관을 위해 냉장고까지 준비한 주점도 있었다.

또 추가 주류를 위해 이를 사다주는 대행 서비스를 하는 주점도 보였다. 이 역시 원칙적으로는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가 축제에 등장한 일일호프.

외부인 출입금지, 주류 제공에 학생회비 낸 학생만 출입

◆ 주류 무상 제공, 외부인 출입 금지?
서울의 H대학교와 수도권의 D대학교의 경우 타과 학생을 포함해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주점도 보였다. 주류 판매가 금지되고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학교나 학과 소속이 확인된 학생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인천의 K대학교는 총학생회에서 부스를 만들어 학생 1인당 주류 1병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행사도 가졌다. 학과별로 운영하는 주점 역시 주류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한 학과 대표는 “주류 구입비는 과비로 충당한다. 주점을 운영해도 적자고 학생 복지라 생각하고 주류를 나눠주고 있다”고 주류 무상 제공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주류. 캠퍼스 판매가 금지되자 외부에서 반입하고 있다.


교육부는 주세법 위반을 이유로 술 판매를 막고 있지만 대학생들은 비영리 목적의 주류 판매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 꼼수?, 불가피한 선택?

<더팩트> 취재진이 살펴본 5월 대학축제는 주류 판매만 하지 않을 뿐 예년과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주점 안 테이블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공된 주류가 놓여 있고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은 축제의 밤을 마음껏 즐겼다.

국세청과 교육부의 주류 판매 금지 방침은 축제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주류 판매를 금지한 것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주류가 사라지는 것을 강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축제 속 학생들의 술 문화는 변함이 없었다.

대학 축제의 한 문화인 주점… 꼭 제재만이 답일까요?

탈세를 막겠다는 원칙으로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비영리 목적의 대학 내 주점 운영까지 적용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생은 “주세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학생들은 축제를 즐기는 것이 목적이지 탈세가 목적이 아니다”면서 원칙을 강조한 국세청과 교육부 방침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한 학생은 "실질적 단속도 어렵고 예방효과도 미미한 주류판매 금지를 왜 강제하는지 모르겠다. 캠퍼스 내 과도한 음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면 주세법 말고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학생들의 반발심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축제 기간 중 주세법을 위반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 예방하는 차원에서 안내한 것이다"면서 "국세청에서 대학생들을 단속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고 밝혔다.

주류 판매 금지의 궁극적 목적이 대학 축제의 술 문화를 바꾸기 위한 방침인지 탈세를 막기 위한 것인지 관계당국의 분명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축제 기간 중 학생들의 주류 판매 금지의 실효성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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